"합병은행이 성공하는 것만이 IMF(국제통화기금)체제에서 수많은 은행원이
흘린 땀과 눈물에 보답하는 길이다"

한 퇴직금융인의 말이다.

상업+한일, 하나+보람, 국민+장기신용은행.

이들 은행이 새로운 금융시장의 주인공으로 등장,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거머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업+한일은행을 보자.

1-66대 그룹중 3분의1이 넘는 26개 그룹의 주채권 은행이 바로 두 은행이다.

하나+보람은행은 후발은행이지만 앞선 경영기법으로 무장, 금융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곳이다.

한국적 경영에 선진 경영을 접목시킨 미래형 경영의 산실로 두 은행에
한국 은행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장기신용은행은 국내 정상의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의 결합으로 평가
받는다.

이들 3개 합병은행의 영향권에는 거의 모든 국민과 기업이 들어간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세 합병은행이 실패하면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닌 셈이다.

금융당국도 3개 합병은행을 리딩뱅크(선도은행)로 육성할 방침이다.

부실을 모두 털어낸 깨끗한 은행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요즘 한집 살림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국민 하나은행은 특히 지난 6월말 떠안기로 한 대동 충청은행 인수작업까지
벌이느라 그 정도가 더 심한 편이다.

합병 은행에 거는 금융당국과 국민의 기대도 이들에겐 무거운 짐일 수밖에
없다.

합병을 앞둔 은행들이 가장 신경쓰는 건 인화.

인화에 실패하면 모든 통합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때문이다.

파벌이 형성돼 조직원간 반목이 생기면 결국 망하게 된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바로 이 인화를 달성하기위해 일부 합병은행은 신한은행 등 국내외 은행의
"인적 통합 성공사례"를 연구중에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모든 사조직 모임을 금지하는 등 인적 통합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지금같은 우량은행의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행동에 옮기는 곳도 생기고 있다.

하나+보람은 지난달 공동캠페인을 벌이고 동호회간, 인근 지점간 모임을
갖는 등 얼굴익히기를 시작했다.

보람은행은 특히 금성+한양투자금융의 후신이란 전력을 내세워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한번 합병을 해 기업문화통합에 성공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무난히
융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과 장기신용은행도 형과 아우처럼 잘 지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합병 은행들이 한결같이 연봉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연봉제는 능력중심의 평가를 정착시키는 지름길로 통한다.

인맥중심의 인사가 발 붙일 틈을 없애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합병은행 경영진의 의지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몇 년간은 인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능력중심의 기풍을 뿌리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리딩뱅크로 가는 길에 기다리고 있는 시련은 더 있다.

밀려드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공세, 금융기관간 치열한 경쟁은 덩치가 크든
작든 은행들 앞에 가로놓인 기회이자 위협 요소다.

은행불패 신화는 깨지고 말았다.

구조조정후 대두할 선도은행 자리를 놓고 후보들간 각축전은 이미 시작됐다.

합병은행이 그 선두에 섰을 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