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총성없는 금융전쟁' .. 무너진 보호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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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시작이다"
금융전쟁에 불이 붙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금융기관간 영토싸움이다.
내용도 형식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전의 전쟁은 전쟁도 아니었다.
앉은 채로 그저 가끔씩 대포만 쏘아대는 사상자 없는 전쟁이었다.
패자는 하나도 없는,오로지 승자만 있는 그런 전쟁이었다.
앞으로의 금융전쟁 양상은 판이하다.
앉아서 하는 전쟁은 결국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고 만다는게 여실히
증명됐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국내 금융기관은 모두가 패배자로 전락했다.
은행 보험사 종금사 증권사 투신사 모두가 똑같다.
심지어는 신용금고와 신용협동조합도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승자로 우쭐했던 금융기관도 난쟁이 나라의 조금 키큰 난쟁이에 불과할 뿐.
평범한 나라에선 중간에도 끼지 못한다는게 IMF체제 11개월이 가져다준
교훈이다.
새로운 금융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살아남은 자들의 전투라는 점.
지난 9월말까지 부상자와 허약자는 이미 탈락했다.
숨가쁘게 추진해온 금융구조조정 덕분이다.
은행권에선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 등 5개은행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상업+한일" "국민+장기신용" "하나+보람"은 합병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종금사도 절반이 넘는 16개가 없어졌다.
보험사도 4개가 문을 닫고 대한 한국보증보험사는 합병을 기다리고 있다.
5개 증권사도 없어졌으며 2개 투신사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부실금융기관이 없어진 만큼 이제 금융전쟁은 예선없는 본선이다.
더욱이 정부가 무려 64조원을 투입한 만큼 만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서바이벌게임일 뿐.
어설프게 덤볐다간 꼼짝없이 퇴출되고 만다.
금융전쟁의 두번째 특징은 국경없는 전쟁이라는 점이다.
IMF로 이제 금융시장의 문은 활짝 열렸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나라 금융기관이고 들어올 수 있다.
당장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이 해외매각을 앞두고 있다.
주인이 나타난다면 시티 체이스맨해튼 ABN암로 홍콩상하이 등 세계적인
거대은행일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다.
은행이고 보험사고 할 것없이 외국자본 끌어들이기에 혈안이다.
외환은행엔 독일계 거대은행인 코메르츠은행이 이미 둥지를 틀었다.
조흥은행에도 외국계 자본이 사실상 주인이 됐다.
생보 빅3중 하나인 대한생명도 메트로폴리탄라이프와 외자유치협상을 한창
벌이고 있다.
국경없는 전쟁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방법의 전투능력을 요구한다.
그저 예금만 끌어오고,힘없는 기업에만 엄청난 금리부담을 뒤집어씌우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돈굴리기에 나선다면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하나다.
퇴출이다.
세번째 특징은 전선이 다른 금융권까지로 넓어진다는 점이다.
IMF체제를 계기로 이미 금융권간 업무영역의 벽은 허물어졌다.
은행 종금사 증권사 투신사가 같은 상품으로 생존게임을 벌여야 한다.
종금사의 전유물이었던 CP(기업어음)중개업무만 해도 그렇다.
증권사와 은행신탁계정에 CP할인이 허용되면서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됐다.
증권사가 CP할인시장의 70%를 점령해 버렸다.
투신사 수익증권을 둘러싼 게임도 마찬가지다.
증권사가 수익증권 판매대행을 맡으면서 은행신탁계정의 돈을 무더기로
끌어갔다.
은행들도 이에 질세라 마침내 수익증권과 같은 단위형펀드를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보험사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은 합병기자회견에서 "보험, 뮤추얼펀드, 자산관리
및 투자은행 등을 인수하거나 별도 설립해 2002년까지 총자산 1백조원이상,
자기자본 4조원이상의 종합자산관리기관(Total Asset Management Group)으로
자리잡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금융전쟁의 특성이 이런 만큼 금융기관의 대응도 달라질게 분명하다.
수신 만능주의는 이미 퇴조하고 있다.
담보 맹신주의도 고쳐질게 뻔하다.
실제 은행들은 연봉제도입, 여신전문역양성, 외부 금융전문가 영입,
점포체계조정 등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새로운 금융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고객들에겐 천만다행한 일이다.
금융기관간 경쟁이 심화된다는건 서비스의 질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권간 업무장벽이 허물어진다는건 한군데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신체계가 과학화된다는건 "힘없고 "빽"없는" 사람이라도 신용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와 비례해 고객의 책임도 훨씬 강화된다.
순간적으로 잘못 택한 금융기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온 고객이 한둘이
아니다.
앞으론 그런일이 일상화된다.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만다.
과거처럼 무한정 예금을 보호해주지도 않는다.
금융기관도, 금융상품도 선택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이에따라 재테크 방법도 변해야 하는건 당연한 일.
1차대전 전투때만을 생각해 재테크에 임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국경없는 핵전쟁에 걸맞은 재테크 기법을 새로 채용해야만 한다.
물론 시대에 관계없는 만고불변의 재테크 목표는 "높은 수익률"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이제 고객도 피나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금융자유화, 업무영역 붕괴는 곧 재테크도 선택의 문제라는 걸 보여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금융전쟁-.
이 전쟁의 주체는 금융기관만이 아니다.
거래고객도, 재테크 참여자들도 전쟁의 주체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쟁은 반드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해낸다.
< 특별취재팀 - 경제부 : 송재조 차장(팀장) 하영춘 허귀식 이성태 김수언
정태웅 김인식 기자
- 증권부 : 최인한 조성근 박준동 김홍렬 장진모 박영태
송태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
금융전쟁에 불이 붙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금융기관간 영토싸움이다.
내용도 형식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전의 전쟁은 전쟁도 아니었다.
앉은 채로 그저 가끔씩 대포만 쏘아대는 사상자 없는 전쟁이었다.
패자는 하나도 없는,오로지 승자만 있는 그런 전쟁이었다.
앞으로의 금융전쟁 양상은 판이하다.
앉아서 하는 전쟁은 결국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고 만다는게 여실히
증명됐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국내 금융기관은 모두가 패배자로 전락했다.
은행 보험사 종금사 증권사 투신사 모두가 똑같다.
심지어는 신용금고와 신용협동조합도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승자로 우쭐했던 금융기관도 난쟁이 나라의 조금 키큰 난쟁이에 불과할 뿐.
평범한 나라에선 중간에도 끼지 못한다는게 IMF체제 11개월이 가져다준
교훈이다.
새로운 금융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살아남은 자들의 전투라는 점.
지난 9월말까지 부상자와 허약자는 이미 탈락했다.
숨가쁘게 추진해온 금융구조조정 덕분이다.
은행권에선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 등 5개은행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상업+한일" "국민+장기신용" "하나+보람"은 합병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종금사도 절반이 넘는 16개가 없어졌다.
보험사도 4개가 문을 닫고 대한 한국보증보험사는 합병을 기다리고 있다.
5개 증권사도 없어졌으며 2개 투신사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부실금융기관이 없어진 만큼 이제 금융전쟁은 예선없는 본선이다.
더욱이 정부가 무려 64조원을 투입한 만큼 만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서바이벌게임일 뿐.
어설프게 덤볐다간 꼼짝없이 퇴출되고 만다.
금융전쟁의 두번째 특징은 국경없는 전쟁이라는 점이다.
IMF로 이제 금융시장의 문은 활짝 열렸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나라 금융기관이고 들어올 수 있다.
당장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이 해외매각을 앞두고 있다.
주인이 나타난다면 시티 체이스맨해튼 ABN암로 홍콩상하이 등 세계적인
거대은행일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다.
은행이고 보험사고 할 것없이 외국자본 끌어들이기에 혈안이다.
외환은행엔 독일계 거대은행인 코메르츠은행이 이미 둥지를 틀었다.
조흥은행에도 외국계 자본이 사실상 주인이 됐다.
생보 빅3중 하나인 대한생명도 메트로폴리탄라이프와 외자유치협상을 한창
벌이고 있다.
국경없는 전쟁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방법의 전투능력을 요구한다.
그저 예금만 끌어오고,힘없는 기업에만 엄청난 금리부담을 뒤집어씌우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돈굴리기에 나선다면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하나다.
퇴출이다.
세번째 특징은 전선이 다른 금융권까지로 넓어진다는 점이다.
IMF체제를 계기로 이미 금융권간 업무영역의 벽은 허물어졌다.
은행 종금사 증권사 투신사가 같은 상품으로 생존게임을 벌여야 한다.
종금사의 전유물이었던 CP(기업어음)중개업무만 해도 그렇다.
증권사와 은행신탁계정에 CP할인이 허용되면서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됐다.
증권사가 CP할인시장의 70%를 점령해 버렸다.
투신사 수익증권을 둘러싼 게임도 마찬가지다.
증권사가 수익증권 판매대행을 맡으면서 은행신탁계정의 돈을 무더기로
끌어갔다.
은행들도 이에 질세라 마침내 수익증권과 같은 단위형펀드를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보험사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은 합병기자회견에서 "보험, 뮤추얼펀드, 자산관리
및 투자은행 등을 인수하거나 별도 설립해 2002년까지 총자산 1백조원이상,
자기자본 4조원이상의 종합자산관리기관(Total Asset Management Group)으로
자리잡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금융전쟁의 특성이 이런 만큼 금융기관의 대응도 달라질게 분명하다.
수신 만능주의는 이미 퇴조하고 있다.
담보 맹신주의도 고쳐질게 뻔하다.
실제 은행들은 연봉제도입, 여신전문역양성, 외부 금융전문가 영입,
점포체계조정 등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새로운 금융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고객들에겐 천만다행한 일이다.
금융기관간 경쟁이 심화된다는건 서비스의 질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권간 업무장벽이 허물어진다는건 한군데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신체계가 과학화된다는건 "힘없고 "빽"없는" 사람이라도 신용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와 비례해 고객의 책임도 훨씬 강화된다.
순간적으로 잘못 택한 금융기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온 고객이 한둘이
아니다.
앞으론 그런일이 일상화된다.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만다.
과거처럼 무한정 예금을 보호해주지도 않는다.
금융기관도, 금융상품도 선택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이에따라 재테크 방법도 변해야 하는건 당연한 일.
1차대전 전투때만을 생각해 재테크에 임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국경없는 핵전쟁에 걸맞은 재테크 기법을 새로 채용해야만 한다.
물론 시대에 관계없는 만고불변의 재테크 목표는 "높은 수익률"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이제 고객도 피나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금융자유화, 업무영역 붕괴는 곧 재테크도 선택의 문제라는 걸 보여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금융전쟁-.
이 전쟁의 주체는 금융기관만이 아니다.
거래고객도, 재테크 참여자들도 전쟁의 주체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쟁은 반드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해낸다.
< 특별취재팀 - 경제부 : 송재조 차장(팀장) 하영춘 허귀식 이성태 김수언
정태웅 김인식 기자
- 증권부 : 최인한 조성근 박준동 김홍렬 장진모 박영태
송태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