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특수 사라마구를 잡아라"

국내 출판사들이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포르투갈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
(76)의 작품을 번역출간하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하고 있는 출판사들은 현지에서 직접 판권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문학관련 대형 출판사인 민음사와 문학동네 고려원 등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작품은 아무리 안 팔려도 기본 수요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출판계는 매년 가을만 되면 노벨상 특수로 달아오른다.

올해는 수상자가 소설가라는 점에서 시인과 극작가가 선정된 최근 2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사라마구 작품은 국내에 한 편도 번역소개되지 않았다.

그의 소설은 독일을 중심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30권 가까이
번역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심권 밖에 있었다.

국내 평론가와 학자들도 불과 4~5년 전부터 그의 작품을 간헐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가 한국 독자들에게 낯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문장의 난해성 때문이다.

내용면에서는 소외계층과 인본주의를 다루지만 표현방법은 지나칠 정도로
"마술적"이다.

그는 60년대 프랑스 누보르망 사조의 영향을 받아 소설 속의 대화부분을
따옴표없이 그대로 쓰고 오직 쉼표와 마침표 두가지만 사용한다.

독자들은 화자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끝까지 읽는데는 상당한 인내가 요구된다고들 말한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출판계 일부에서는 번역출간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스페인 문화권의 작품이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점도
신중론의 한 이유다.

강태형 문학동네 대표는 "그의 작품이 생소한데다 내용이 다소 딱딱해 국내
독자에게 얼마나 먹힐지 자신할 수 없다"면서 "그렇지만 판권상담 추진 여부
를 놓고 신중한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라마구 작품의 국제판권 계약대리권은 독일의 라이 귀데머틴이 갖고
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