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국회가 정상을 되찾을 것같다는 소식은 듣던중 반가운 소리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될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지만 여야가 장외 격돌을
중단하고 원내로 돌아온 것만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나라당이 9일 조건없이 국회에 등원하겠다고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

이를 계기로 산적한 민생현안을 해결하는데 정치권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국회를 여는 것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그같은 국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면 정치에 혐오감이 더욱 짙어질뿐이라는 사실을 여야가 다같이 명심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여야 투쟁의 장소가 장외에서 국회로 옮겨지는데
그치지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회를 투쟁의 장으로 삼는다면 파행운영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그동안 여야 장외격돌의 원인이 됐던 소위 "판문점 총격
요청사건"수사 등 여러가지 쟁점들이 전혀 해결되지 못한채 원내복귀가 이뤄
졌기 때문에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국회등원을 결심하는 기자회견석상에
서 "국회를 투쟁의 장으로만 보지않고, 국정운영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감시 견제 비판할 것은 그렇게 하겠다"고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같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국회운영을 원만하게 이끌어가는 일이 야당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궁극적으로 오히려 집권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 때문에 국민회의와 자민련
역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국가현실에 비춰보면 여야의 정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않는 국력낭비에 불과하다. 실업자가 거리에 쏟아져 나오고 기업
도산이 줄을 잇는 경제위기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경제개혁과 민생해결을 위한 각종 법률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지못해 정부의
정책추진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더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내년도 나라살림을 결정해야할 예산국회가 열려야할 시기다.

여야 정치인들에게 지금까지 대립해온 각종 정치현안들을 무조건 접어두라
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가능한 극한대립을 줄이고 경제현안과
민생문제해결에 나서는 비상한 결단이라도 내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서민들
의 바람이다.

여당단독으로 이뤄진 것이긴하지만 이미 정기국회가 개회된지 한달이
지났다. 지금부터 계류중인 법안 심의와 예산안 심의에 전적으로 매달린다
해도 충분한 심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야당의 원내복귀를 계기로 여야는
우리경제의 현실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직시하고 좀더
능률적인 국회를 운영하려는 결의를 단단히 다져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