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이 국제 사회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고 있다.

이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RD)총회 개막에 앞서 제기된 그의
제안은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개념만을 제시했을뿐 현실성은 결여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IMF.IBRD총회에서는 클린턴 제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메카니즘"은 국제 금융시장의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판을 마련하자는게 골자다.

이를위해 <>새로운 긴급자금 지원장치(New Credit Line) 마련 <>다자간
개발은행 설립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지원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새 자금 지원창구를 설립, 특정국가가 금융위기에 빠지기 전에 돈을 빌려줘
대형사고를 막자는 얘기다.

이 주장에는 사고가 난 다음에야 부랴부랴 해결책을 만들어온 그동안의
IMF 처방에 대한 보완의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선진국 및 IMF 등의 국제금융기관들은 클린턴의 제안에 동감을
표하면서도 실현성이 높지않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IMF의 잭 부르먼 정책국장은 이와관련, "심사숙고해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
개념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며 "국제금융 전문가들이 촛점을 맞추고 있는
제도개선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요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표단이 이번 총회에서 클린턴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공식 안건으로 제기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당국 조차 클린턴 제안에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
하다는 얘기다.

미국 대표단이 이번에 제시한 세계 금융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투명성 제고,
시장자율화 확대, IMF의 역할 증대 등으로 클린턴 제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정부의 공식채널이 아닌 백악관의 경제 자문단과의 협의,
이번 제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클린턴 선언이 전면 부정되지는 않았다.

부르먼 정책국장은 "이 제의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선진국과 투자자,
국제금융기관 등이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의미는 없지 않다는 것이다.

< 워싱턴=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