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가 8일로 사흘간의 일정을
끝냈다.

지난 3일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을 시작으로 4일엔 G10 재무장관회담
과 IMF 잠정위원회, 5일엔 G22 재무장관회담을 거쳐온 연쇄 회동이 모두
막을 내렸다.

이번 마라톤 회담은 그러나 "세계경제를 구하자"는 십자군식 구호만 남긴채
다음 달로 예정된 G7 정상회담으로 바통을 넘기고 말았다.

"쏟아져 나온 만병통치약(panacea), 그러나 처방 없는 진단"(월스트리트저널
유럽판)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국가별 대륙별로 견해가 엇갈렸고 선후진국들 간에는 위기의 원인론에서부터
의견들이 달랐다.

물론 "세계 경제가 2차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했다"(클린턴
대통령)는 국제적 공감이 분명해졌고 일본이 추구해 왔던 "아시아 전략"
(일명 미야자와 플랜)도 이번 회동 과정에서 추인을 받았다.

당장 국제적 해법을 만드는데는 실패했지만 장차 구체적 해법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감의 기초"는 확실히 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 브레튼우즈 체제 개편 논의 =연쇄회의 직전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안으로 토론의 무대에 올랐다.

미 달러와 IMF를 축으로 하는 전후 세계 경제체제를 개혁하자는 것이 골자.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등 소위 빅3의 입장이 엇갈렸다.

클린턴은 새로운 대출선(크레딧라인)을 확보하고 국제개발금융기구를
만들자는 등 소위 3대 제안을 내놓았다.

"브레튼우즈 체제를 개편하자"는 유럽측 주장이 "IMF부터 개혁하자"는
미국의 동문서답으로 메아리 없이 끝난 셈이다.

IMF는 스스로 "IMF 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주제들은 내달중에 열릴 G7 정상회담에서 다시 다루어질 전망이다.

<> 외환시장 규제론 =미국측 민간인사들이 "긴급한 경우 부분적인 외환규제
를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견해들을 표명하면서 종전과는 다소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외환시장의 무한개방을 추진해 왔던 미국이 다소간 입장을 굽히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펀드에 대한 구제금융 실시로 명분이 약해진
탓이었다.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자산운용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
됐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달랐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무분별한 행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는 확실한 공감대가
이루어졌고 조만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기구들도 헤지펀드의 운용내역을
공개하고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반론은 거의
없었다.

다음달중에 열릴 G7 정상회담에서도 이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고 APEC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 회의에서도 본격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해놓은 상태다.

<> IMF 구제금융 절차 개선 =총회 기간중에 있었던 브라질에 대한 구제금융
논의는 IMF와 채권은행들이 "공동으로" 개입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다.

그동안은 IMF가 구제금융을 실시한 다음 채권단이 후속 협상을 벌이는
매케니즘이었으나 이번에는 구제금융과 채권연장 등을 동시에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금융위기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 일본의 입장 강화 =이들 연쇄회동이 진행되는 동안 지난 95년 이후
4년동안 계속돼 왔던 "강한 달러" 기조가 완연히 꺾였다.

사실 "스트롱 달러, 위크 엔"은 아시아 위기의 원인이기도 했다.

미국이 뉴욕 금융자본의 이해 관철이라는 고집을 꺾은 반면 일본은 제한적
이긴 하지만 "엔 국제화"를 위한 소중한 발판을 확보했다.

일본은 지난해 일본이 5백억달러를 출연하는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을
추진했다가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출자를 대출로 바꾸고 규모도 3백억달러로 축소해 미국의 양보를
받아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쇄 국제회담의 진정한 승리자는 일본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IMF총회 등 주요의제와 회의결과 ]

<>.단기자본규제
- 쟁점 : 헤지펀드 규제, 외환거래 규제
- 각국 입장 : 미국측은 소극적, 기타는 부분규제 찬성

<>.IMF 체제개편
- 쟁점 : IMF 무용론, 브레튼우즈체제 해체
- 각국 입장 : 미국은 부분개혁, 유럽은 전면개편

<>.금리공조 인하
- 쟁점 : 인하시기와 폭
- 각국 입장 : 미국 금리추가인하 시사, 유럽은 미온적

<>.일본책임론
- 쟁점 : 금융개혁및 아시아지원
- 각국 입장 : 300억달러지원 발표, 30조엔 경기부양 실시

<>.금융위기국 지원
- 쟁점 : IMF 이행조건과 절차, 민간채권단 동참여부
- 각국 입장 : 미국및 IMF는 적극적

<>.국제협력절차
- 쟁점 : G7 확대개편
- 각국 입장 : 미/유럽/일본 논의 개시

< 워싱턴=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