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자리에 관계하는 음택풍수의 가장 큰 원리로 동기감응을 든다.

중국 진대의 신선으로 일컬어지는 산해경의 저자 곽박은 그의 또다른 저서
장경에 다음과 같은 고사를 싣고 있다.

중국 한나라 때 미앙궁에 커다란 구리로 만든 종이 있었는데 그 원료는
서촉에 있는 구리산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루는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이 종이 저절로 울렸다.

궁금했던 황제가 연유를 알아본즉 서촉에 있는 구리산이 붕괴된 때문이었다.

산이 무너진 때가 구리종이 울린 시기와 똑같았던 것이다.

황제의 찬탄이 이어진다.

미천한 물질도 서로 감응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에 있어서랴.

이러한 동기감응의 원리는 인체의 구성물질중 방사성 동위원소가
존재한다는데서 출발한다.

유전자를 상당부분 공유하는 동일혈족 사이에서는 이 원소가 내는 파의
파장이 동일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 대목에서 음향학의 공명이론이 또한 첨가된다.

어떤 시기 바람의 주파수가 콘크리이트 구조물의 자연주파수와 일치하면
상호 공명하여 붕괴될 수 있다.

미국 시카고의 한 다리가 그 실례를 제공한다.

그러나 원리나 학설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적용하기가 힘들다면 죽은
지식에 불과하다.

음택풍수론이 가진 장점 또한 현실적 제반 문제로 인해 오늘날에는 실제로
써먹기 힘들게 되었다.

제대로 된 땅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암장이나 투장이 죄악시되며 소수의 실리추구형
풍수사들의 전횡으로 인한 폐해가 매스컴에 넘친다.

조선시대나 오늘이나 뜻있는 선비학자들은 이러한 세태에 분개한다.

심지어 풍수=미신이라는 확고한 등식을 설파하기도 한다.

가까운 근세만해도 우리 한반도 민심의 저변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사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풍수나 불교, 도교적 색채도 그에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모든 흐름을 미신으로 치부해버린다면 우리의 핏줄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