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7일 저녁 일본 황궁 호메이덴에서 아키히토 천황 내외가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 만찬 답사를 통해 양국간 상호 존중과 협력의
미덕을 강조.

김 대통령은 특히 조선통신사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온 신숙주가 "이웃
나라를 대하는 데에는 예가 기본이며 그런 다음에 그 마음을 다해야 한다"고
적은 "해동제국기"를 인용해 "5백년 후의 우리 모두에게 주는 의미가 자못
크다"고 언급.

김 대통령은 "양국간의 다양한 노력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두 나라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
하다"며 양국 지도자들이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 나가자고 제안.

김 대통령은 또 "일본이 아시아의 경제회복을 위한 견인차가 되기를 진심
으로 기대한다"면서 "우리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희망의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역설.

김 대통령은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문제와 관련, "월드컵대회는 21세기를
향한 두 나라의 동반자 관계를 세계에 과시하고 이러한 양국의 우의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
개최를 확신.

김 대통령은 만찬 답사에서 양국간 "과거사"에 대해선 한마디도 직접 언급
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했으며 특히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노력에 일본이 보내준 지원에 감사를 표시.

<>.아키히토 천황은 이날 만찬사에서 백제 왕인이 일본에 건너와 오우진
천황의 태자인 우지노와키이라쓰코를 가르쳐 태자가 여러 전적에 통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김 대통령의 "신숙주론"에 화답.

아키히토 천황은 특히 양국간 긴밀하고도 오랜 역사를 강조하면서 일제의
한반도 침략에 대해서는 과거보다는 다소 진전된 수준으로 유감을 표시.

아키히토 천왕은 이같은 관계에 있는 양국의 역사를 토대로 서로 마음을
가다듬어 앞으로 바람직한 양국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강조.

아키히토 천황은 "최근 양국 인사들의 열의와 노력으로 각종 분야에서
교류가 진척되고 상호 이해와 우호 관계가 증진되고 있음은 기쁜 일"이라며
"양국 국민이 다함께 확고한 신뢰와 우호를 쌓아 풍요로운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제의.

아키히토 천왕은 "이번 일본 방문이 가을의 결실과 같이 대통령 각하와
영부인께 결실이 풍부하고 쾌적한 체재가 되길 바라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한다"며 만찬사를 마무리.

<>.이날 만찬행사는 김 대통령의 도착, 애국가 연주, 아키히토 천황의
만찬사 및 건배제의, 일본국가 연주, 김 대통령의 답사 및 건배제의,
프랑스식 만찬, 만찬 후 양국 정상 내외 환담, 공연관람 등의 순으로
3시간에 걸쳐 진행.

만찬에는 한국측에서 공식수행원 및 특별수행원이, 일본측에서 오부치
게이조 총리를 비롯한 삼부요인 내외와 나루히토 황태자 내외를 비롯한
황족일행이 참석.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낮 특별기편으로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에
도착, 4일간의 일본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

김 대통령은 간단한 공항 도착행사에 이어 숙소인 아카사카의 영빈관에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한 뒤 영빈관 앞뜰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

김 대통령 내외는 일본 외무성 의전장인 가와무라 다케가즈 수석영접위원의
안내로 영빈관 거실에서 현관 홀에 입장.

김 대통령 내외는 거의 동시에 현관에 도착한 아키히토 천황 내외와 첫
인사를 하고 기념촬영.

이어 김 대통령 내외는 팡파레가 울리는 가운데 아키히토 천황 내외의
안내로 테라스로 자리를 옮겨 한.일 양국 국기에 대한 경례 후 테라스 아래
대기중인 나루히토 황태자 내외를 비롯, 황족대표 및 오부치 게이조 총리
내외와도 인사.

이날 행사에는 도쿄 한국학교 학생과 교포 1백여명도 참석,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며 김대통령 내외의 일본 방문을 환영.

환영식이 끝난 뒤 김 대통령 내외는 일본 궁성으로 이동, 아키히토 천황
내외를 약 40분간 예방.

김 대통령은 아키히토 천황과 건강 취미 등 비정치적인 화제를 놓고 20분간
환담한 후 옥컵과 옥목걸이를 아키히토 천황에게 선물.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오타니호텔에서 가진 재일동포와의 간담회
에서 "일본과 불행했던 50년의 역사 때문에 1천5백년의 교류.협력관계를
포기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

김 대통령은 "일본이 과거를 똑바로 보고 잘못된 것을 반성하는 용기를
가지면 우리는 전후 일본이 민주주의를 하고 평화를 지키고 핵보유에 반대
하며 후진국을 도와준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겠다고 일본지도자들에게 얘기
했다"고 소개.

김 대통령은 이어 "재일동포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주도록 (일본정부에) 강력히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국내에서도 필요
하면 재일동포를 위해 특별한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부연.

김 대통령은 국내문제에 언급, "김대중 정부에 와선 상층부, 집권층의
권력형 비리는 끝났음을 보고한다"며 "윗물이 맑아지기 시작한 만큼 중간,
아랫물도 맑게 만들겠다"고 강조.

< 도쿄=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