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공위성 시험발사를 계기로 동북아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긴장 상태는 표면적으로 일본의 대북 제재와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구축
등 군비확장 방침 천명,미 의회의 북한지원 예산 삭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군사력 강화 방침을 놓고 중국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양상이다.

이같은 긴장 국면은 특히 동북아 주변 4강 중 중국을 제외한 3국(미, 일,
러)의 리더십공백을 배경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또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은 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로 발생한
핵위기와 같은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도를 더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각국의 대응

일본 열도는 북한의 인공위성발사에 대해 격앙된 감정을 식히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업은 일본정부는 "TMD체제를 구축하고 첩보위성을
발사하겠다"며 본격적인 군비확장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일본은 또한 북한에 건설할 경수로 분담금 결의안에 대한 서명을 계속
미루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미북 핵합의를 이행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 의회는 "북한의 대중동 미사일 수출이 계속되고 있고 영변
지하시설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
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지난달 20일에는 클린턴 행정부가 요청한 99년도 대북중유지원 예산
3천5백만 달러를 전액 삭감했다.

섹스 스캔들로 지도력을 상실한 클린턴 행정부가 보수적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미 일 등에서 일고 있는 세찬 비난여론에 대응,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는 "자주적 권리"임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보복하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문제를 다루는 것을 기피했던
것처럼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의 TMD구상에 대해서는 "고도의 군사기술이 요구되는 TMD체제에 포함된
미사일과 정찰위성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므로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 정부의 대응

정부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에 대한 중유지원 중단사태를 막기 위해 미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도 국제사회를 설득할만한 묘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한 당국자는 "김 대통령이 이번 일본 방문에서 지난번 미국 방문 때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발언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결국 일본인들의 반북정서를 고려해 제네바 핵 합의 이행을 위해 양국간
협조가 필요한 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 동북아 긴장의 의미

지난 93, 94년 핵 위기 이후 한때 소강 상태를 보였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가장 불안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데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한다.

특히 이들은 동북아 주변 강국들의 지도력 상실을 배경으로 한 위기상황
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동북아 주변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혀 현재의 상황이 일반적 긴장상태가 아님을
지적했다.

동북아의 위기가 관련국들을 긴장시키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한이 핵개발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데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북간 핵 합의를 근간으로 하는 동북아 지역의 안정
상태는 이 합의가 깨질 경우 언제든 핵 위협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일본이 경수로 분담금 결의안 서명을 연기하고 미국이 중유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경우 경수로 사업은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미북간 핵 합의가 파기됐다고 주장하면서 핵개발을
재개하고 미국 등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로 각국 온건파의 입지가 위축됐다는 점도
긴장상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둘러싼 동북아의 긴장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의 여론이 가라앉고 미 의회가 대북지원을 용인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긴장상태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원인 제공자인 북한이 식량난 등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경수로 착공이나 중유공급이 지연된다고 핵합의를
즉각 파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실제 지난달 미북 고위급회담의 합의에 따라 폐연료봉 봉인작업을
재개함으로써 미북 핵 합의 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일본도 지난달 29일 경수로 분담금 결의안 서명 유보방침을 철회할 뜻을
밝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저지를 핵 합의와 직접 연관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북 핵 합의를 지키기 위해 미
의회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관련국들이 아시아의 금융위기에 핵위기까지 겹쳐질 경우 이는
수습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