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라도 그 풍경은 찾을 때마다 다르다.

세월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는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허락치 않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도 앵글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또 같은 사물이라도 사진작가의 개성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재창조된다.

"현대건설 사진연구회" 회원들의 카메라 포커스는 늘 아름다움과 순수,
사랑에 맞춰져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것에 맞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바로 우리 모임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사진연구회는 지난 84년, 이런 뜻에 공감하는 마니아들이 모여 만들었다.

지금은 북한땅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기연 소장이 주축이 돼 3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15년 세월동안 우여곡절도 없지 않았지만 발전을 거듭, 모범적인 사내
동아리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요즘들어서는 IMF한파 때문에 작품활동이 다소 위축된 것 같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우리 모임은 실천하고 있다.

최근 사진이론과 실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분을 강사로 초빙, 한달 한번씩
정기촬영을 나간다.

다녀 와서는 각자의 작품을 비교 연구하고 강사의 소감에 이어 이론강의를
듣는다.

강사는 이 결과물을 사내 전산망에 올려 회원들의 노력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동아리를 현대건설 사내에만 국한하지 말고 좀 더 개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회원들은 즉각 동의했다.

계동 사옥에 입주해 있는 다른 회사 직원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환경의 변화를 새로운 아이디어와 능동적으로 수용해 나가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강원도 치악산에 갔을 때는 촬영에 몰두하다 그만 민박을 못잡고
산속에서 갈팡질팡 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암벽등반까지 하는 산행경험 많은 회원이 길을 잘 안내, 매서운
추위속 산중턱의 한 암자를 찾아 냈다.

스님의 따듯한 배려로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우리 회원들이 얼마나 정열적인가를 보여 주는 일화가 됐다.

국민들 대부분은 지금 IMF체제에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회원들은 이에 위축되지 않는다.

자연속의 신비로움을 관찰, 보다 아름답고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려는
진지한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전혜경 < 현대건설 사진연구회 회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