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가까스로 파산을
면한 것을 계기로 헤지펀드가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새로운 불씨로 주목
받고 있다.

파산위기에 몰린 이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1천억달러 규모의 주식 채권 및
파생금융상품 등을 투매할 경우 주가폭락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뉴욕 연준리(FRB)가 수십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주선해줘
급한 불은 껐지만 아서 레빗 미국 증권거래소(SEC)소장의 하원청문회 증언대
로 언제 또다른 헤지펀드가 파산위기를 맞을지 모르는 형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하원에서는 헤지펀드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고
루빈 재무장관은 재무부 FRB 등 금융감독기구에 조사를 요청했으며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국제자본거래를 효율
적으로 규제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헤지펀드야말로 아시아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범이라고 주장해온 말레이시아
의 마하티르 수상은 최근 외환거래를 전면통제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러시아나
중남미 일부국가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지만 전면적인 외환통제가 해결책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헤지펀드에 뒷돈을 대주며 거액의 이익을
챙겨온 선진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반발할게 뻔한데다 자칫 외자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은 활성화하되 헤지펀드의 역기능만 최소화하는 규제방안이
바람직하다.

우선 국제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초단기 자본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토빈세
와 같은 자본거래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높은 이익을
쫓아 거액의 국제자본이 치고 빠지기 식으로 순식간에 세계 곳곳을 누비는
오늘날 재정거래를 통한 자본시장의 효율향상이라는 순기능보다 국제금융질서
를 교란시키는 헤지펀드의 역기능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헤지펀드의 차입규모를 제한해야 한다. 자본금의 수십배나 되는
거액을 차입할 수 있는 헤지펀드는 리버리지 효과를 통해 수익극대화를 노리
지만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 파산할 수밖에 없어 금융혼란의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평균 1조4천억달러에 달하는 국제금융거래중 실물경제
활동과 관련된 거래비중이 10%도 안된다는 사실은 리버리지를 이용한 헤지
펀드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끝으로 헤지펀드 운영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엄청난 투자규모에
비해 투자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어 자칫 세계경제를 "카지노 자본주의"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선진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결연하고 현명한 대응이 절실한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