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어려울수록 풍자와 위트는 빛을 내는 법이다.

날카로운 풍자는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을 잊고 한바탕 웃을수 있게 만든다.

매주 토요일 아침 MBC에서 방영되는 "TV시사만평"이 요즘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이 시사만평은 애니메이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오성윤(36)씨는 바로 이 시사만평의 창조자다.

그는 시사만화가 박재동씨와 손잡고 시사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개척했다.

"애니메이션에 입문한지 10년만에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기대보다 반응이 좋아 애니메이션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습니다"

시사만평은 8월8일 "신창원을 잡아라"를 시작으로 "국회괴담" "붕어의
일기" "똑 사세요" 등 현재 9회가 방영됐다.

1분30초에 불과하지만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인다.

애니메이션업체 오돌또기에서 일하는 오성윤씨의 공식 직함은 애니메이션
프로듀서(PD).

작품기획에서부터 음악 스태프섭외 등이 그가 하는 일이다.

감독이 실제 제작을 맡는다면 그는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는 셈이다.

애니메이션 PD는 국내에 많지 않다.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들이 외국업체의 하청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어 PD가
별로 필요없기 때문이다.

오성윤씨도 감독이 되고 싶었으나 PD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방향을
바꿨다.

오씨가 처음 애니메이션에 접한 것은 대학졸업직후.

서울대 서양화과를 다니면서 연극반으로 활동하던 그는 문화운동의 하나로
영화를 선택했다.

전공인 그림그리기를 살릴수 있다는 생각이 가슴 한켠에 있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과동기들과 의기투합해 "황토"라는 영화모임을
만들고 영화를 배웠다.

영화를 만들면서 점점 애니메이션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게 된 그는 90년
애니메이션업체 서울무비가 창립되면서 이곳에 입사하게 된다.

전창록 서울무비사장이 오씨의 재능을 알고 창작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기획실을 만들면서 그를 영입한 것이다.

본격적인 애니메이터로서의 길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오씨의 재능은 곧바로 발휘됐다.

90년 처녀작인 "와불"이 나오자 세계적인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그의
작품을 신인부문작으로 선정했다.

그뒤 대전 엑스포 정보통신관 애니메이션, 박재동씨 원작의 "목 긴 사내
이야기", 장선우 감독의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꽃잎"중 애니메이션
장면 등을 만들게 된다.

오 PD가 기획.제작한 대표적 작품으론 극장용 장편 "아기공룡 둘리"와
TV용 "마술피리".

오씨가 기획하고 만화가 김수정씨가 감독한 "둘리"는 히트를 쳤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힌트를 얻은 "마술피리"도 뒤에 제목을
"영혼기병 라젠카"로 바뀌면서 국내 대표적 창작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오씨는 오돌또기의 멤버들과 함께 요즘 청소년 학창시절의 에피소드를
다룬 TV용 애니메이션 "아구찜과 빠가사리"를 준비중이다.

각편 7분분량의 39편을 예정하고 있으며 내년초 선보일 계획이다.

또 제주도의 역사를 다룬 서사적 장편 애니메이션 "오돌또기" 제작에 대한
꿈도 버리지 않고 있다.

오돌또기는 IMF로 인한 자금조달 차질로 현재 잠시 보류해 놓은 상태다.

"국내에선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아동용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야가 좁다보니 창조적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납니다.

시사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 장르 다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