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29일의 한나라당 서울역 집회
이후 정국이 도리어 급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서울역 집회에서 발생한 "소란"을 "해방이후 최대 유혈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다시 대여 강경 투쟁 쪽으로 돌아섰다.

이에대해 여권은 한나라당이 집회가 완전 실패작으로 끝나자 그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맞받았다.

국민회의는 30일 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서울역 집회를 실패작으로 깎아
내린 뒤 "집회과정에서 일부 노숙자들이 항의한 것을 갖고 국민회의 사주설을
흘리는 태도는 무고행위이며 염치없는 덮어씌우기"라고 비난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서울역 집회 실패의 전조는 지난달 4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용산역 노숙자들을 찾아갔을 때 이미 나왔다"며 "노숙자들의 반발
정서를 무시한데 따른 자업자득"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규양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서울역 집회의 봉변사태는 적나라한
민심의 표출이자 당연한 인과응보"라며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치"
라고 꼬집었다.

여권은 특히 한나라당 이 총재의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사건 사전 인지설과
관련, 서상목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관철시키는 방안을 강구키로 하는
등 대야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또 행정자치 환경노동 등 7개 상임위를 여당 단독으로 열어 야당의 조속한
국회등원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서울역 집회가 폭력 소란속에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데다
황낙주 전국회의장까지 검찰수사 대상에 오르자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분위기다.

당초 이날 예정했던 이 총재의 경제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하고 신경식 사무
총장의 "서울역 집회 폭력사례 폭로회견"으로 대체한 것은 이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서울역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소란을 "제2의
용팔이 사건"으로 단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정했다.

신 총장은 회견에서 "서울역 집회 과정에서 김덕룡 전부총재 강현욱 정책위
의장 김광원 정조실장 등을 포함한 2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사태는 과거 자유당 정권
이나 군사정권 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반민주적 폭거"라고 비난했다.

이 총재는 "현 정권의 묵인 내지 사주없이 어떻게 폭력사태가 백주에 자행될
수 있느냐"며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와 행정자치부장관 경찰청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