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유럽은 "알카텔 충격"에 휩싸였었다.

영원한 블루칩으로 꼽히던 알카텔의 주가가 이날 하루에만 41%나 빠졌기
때문이다.

알카텔 충격의 영향은 컸다.

독일 지멘스와 영국 GEC의 주가가 각각 10%이상씩 떨어지는등 유럽
전자업체 전체가 폭락세에 휘말혔다.

파리주가는 5.7%, 프랑크푸르트 주가도 5.1% 떨어져 유럽전체가 정신을
잃은 모습이었다.

알카텔의 주가가 폭락한 것은 이 회사의 상반기 실적 때문.

아시아와 중남미 경제위기의 여파로 주문량이 당초 예상보다 37%나
줄어들은 결과다.

그러나 문제는 알카텔만이 금융위기의 영향권에 있지않다는 데 있다.

피아트 더치쉘 3M 등 유럽과 미국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피아트는 지난 3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생산기지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공장건설에 들어간 돈은 모두 22억달러.

하지만 이들 지역의 내수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로인해 상반기 회사전체의 영업이익은 11.2%나 줄어들었다.

금액으로 치면 11억2천만달러가 날아간 셈이다.

주가는 9월 한달간 40%나 떨어졌다.

더치쉘도 응급처치를 해야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다.

더치쉘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지역본사를 폐쇄했다.

세계적 음반판매회사인 EMI 역시 아시아와 남미의 금융위기로 상반기중
매출이 20%나 폭락했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가 꼽은 미국 5백대 기업의 올해 주가는 평균
1.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5백대기업의 평균주가가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91년이후 처음이다.

3M의 경우 상반기 수익이 5% 감소했다.

이익도 둔화되는 추세다.

지난 3년간 두자리수 성장을 거듭하던 것에 비하면 비참한 실적이다.

듀폰은 3분기 실적이 사상최악치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폴라로이드나 월트디즈니도 아시아와 남미지역의 매출감소로 사업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브라운관용 유리를 생산하는 코닝 역시 달러강세의 영향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기업들의 경우 내년 수익증가율은 5%선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 증권분석가 그레이 듀건).

지난 7월만해도 예상치는 18%였다.

미국의 경우도 내년에 기업의 순익증가율이 7년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과 미국업체들은 사업축소와 무자비한 감원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미국기업의 경우 전체 감원수가 이미 작년보다 37%나 늘어나 있다.

올연말까지는 50%를 웃돌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년 실업률은 올해보다 1%포인트 높은 5-6%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에서도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사업축소로 실업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아시아와 남미를 뒤흔든 금융위기로 내로라하는 다국적기업들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