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개발연구원(원장 홍철)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미국 동서문화센터(EWC)
와 공동으로 29,30일 이틀간 연구원 강당에서 "21세기를 향한 한반도 구조
개편"이란 주제로 국제회의를 연다.

이번 국제회의에는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 벤 클리프
네덜란드 투자진흥청 대표 등이 참석, 21세기 한반도가 동북아시아에서 보다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폭넓게 논의했다.

다음은 이번 회의에 발표된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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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시아서 통일한국 역할 ]]

로버트 스칼라피노 <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

한반도의 통일은 급진적으로 또는 점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의 붕괴나 군사적 충돌에 의한 급진적 통일이 일어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비용을 수반할 것이다.

특히 군사적 충돌에 의해 통일이 이뤄지면 인명피해와 더불어 감정적
대립으로 사회통합에 커다란 난관을 맞게 될 것이다.

북한 경제가 서서히 쇠퇴해 자멸하는 경우에도 난민발생이나 엘리트
집단내 갈등으로 한반도 위기가 동북아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정부와 주변 강대국들이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평화통일이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면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통일한국의 대안은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고립 동맹 균형의 세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고립은 북한의 예에서 보듯이 불가능하며 동맹은 이점도 있으나 위험을
동반한다.

동맹과 균형의 혼합적 대안이 가장 현실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 통일한국이 동맹을 포기하고 중립을 선언하는 균형의 대안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중립이 실현가능하기 위해선 동북아시아 안보기구의 설립과
효과적 운영이 전제돼야만 한다.

통일한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국가는 소련 붕괴이후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다.

한국은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국경지역의 비무장 선언 등
전략적 문제를 논의할 정기적 대화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중국내 조선족과의 관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동북아시아에서 불필요한 긴장관계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일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의 권위를 회복하는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심각한 경제문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미국 다음으로
군사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일 한국의 또 다른 과제는 일본과 긍정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일본의 자본과 지원이 통일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필수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북아시아에서 범지역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긴밀한 한.미관계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세력 균형을 위해서나 한반도 경제의 재건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미관계가 후원-추종자의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선 한국의 시장개방등 몇가지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

그 중에서도 통일이후 예상되는 민족주의 대두는 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일 한국과 미국간의 전략적 관계는 두 가지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주변 강대국과의 균형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미간 전략적 동맹을
지속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통일 한국이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의 보장아래
중립을 표방하는 것이다.

어떤 쪽으로 전개될 것인가는 통일시점에서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달려 있다.

신뢰할 만한 동북아시아 안보기구가 전제된다면 중립을 표방하는
균형관계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전제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때 첫번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통일 한국이 택해야할 길은 내부적 역량 강화와 함께 지역내 세력균형과
협력을 동시에 도모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남북한 통합은 홍콩과 중국 광동성간 결합에 의한 고속성장과 같은 경제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 값싼 인력과 남한의 진보된 기술, 자본, 숙련된
관리기법이 만난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란 말이다.

여기에다 중국 동북부 지방과 동해, 황해권까지 묶는다면 경제적 잠재력이
큰 자연적 경제지구(Natural Economic Territory)로 동북아시아 경제권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도 한.중.일 3국이 활발한 경제교역을 하고 있지만 북한까지
가세한다면 더 큰 블럭경제권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최첨단 기술로 일본,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통일 한국이 가까운 동남아시아 경제권까지
흡수한다면 아마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될 경우 동북아시아에서 무시못할 경제적 잠재력을 지니게 될
것이고 이로인해 동북아시아 경제교류와 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리 =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