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떠올렸다.
눈 코 입 얼굴표정 히프 몸동작 등등등.
TV경기를 녹화해 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철안에 버려진 스포츠신문의
박찬호 그림이나 사진도 모두 챙겼다.
그는 박찬호의 열성 팬이 아니다.
야구광은 더더욱 아니다.
한달동안의 "인물 탐색전"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직업은 캐릭터디자이너다.
입문한지 7개월.
아직 초보인 셈이다.
그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그의 작품이 매스컴을 타고 있다.
개그맨 김국진과 김용만이 진행하는 MBC 프로그램 "21세기위원회"의
"국진과 용만".
개구쟁이 두희의 익살스런 연기로 유명한 6남매의 "두희와 말순이".
이 두 캐릭터가 스스로 초보라고 말하는 조씨의 손에서 나왔다.
방송사에서는 처음엔 단순 홍보용 캐릭터쯤으로 생각했으나 반응이 의외로
좋아 상품화까지 나섰다.
이 두 작품으로 그는 사실상 초보딱지를 완전히 뗐다.
최신작 박찬호캐릭터는 이제 그를 프로급 캐릭터디자이너를 올려놨다.
호동커뮤니케이션이 기획하고 그가 디자인한 이 캐릭터는 현재 응용작업만
마친 상태.
10월께 공식 "데뷔"한다.
그런데도 이미 수십여 곳에서 라이선스계약을 맺으려고 줄어섰다.
강인함과 동작의 유연성, 그리고 부드러운 인상 등 박찬호의 이미지가
그대로 녹아들어 "빅 히트"가 예상되고 있다.
문구업체 한국마이크로코리아가 벌써 로열티 1억원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동양스포츠도 롤러브레이드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혀 왔다.
계약이 확정된 곳만 10군데를 넘는다.
사실 박찬호캐릭터는 누구나 군침을 흘리는 상품.
그런데도 중소업체 호동커뮤니케이션이 라이선스를 따낸 것은 "디자이너
조상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찬호라이선스 업체인 "팀6"은 여러회사를 놓고 저울질 해오던 차에
"두희와 말순이" "국진과 용만" 등의 캐릭터를 본 뒤 선뜻 그에게 제작을
부탁하게 된 것이다.
최선호 호동커뮤니케이션사장도 "인물캐릭터에 관한 한 그를 당해낼
사람이 없다"고 단언한다.
"처음 일주일동안 박찬호를 연구하기 위해 TV와 신문만 뚫어지게 봤습니다.
성장과정이나 성격까지 알아봤습니다"
조씨가 사람을 보는 눈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
말 그대로 인물의 캐릭터를 정확히 끄집어 낼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낸다.
순간 표정도 놓치지 않는다.
때로는 상상력도 동원된다.
야구공에 정통으로 맞을 때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도 박찬호탐구에 여념이 없다.
"캐릭터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 같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설령 야구선수 박찬호의 인기가 시들해지더라도 캐릭터 박찬호는 오랫동안
우리곁에 친구로 남아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캐릭터업계에 그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대학 4학년때.
97년 8월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국제만화페스티발에 재미삼아 내놓은
캐릭터가 우수상을 받았다.
그해 11월의 전국대학미전에서는 캐릭터디자인부문에서 금상을 차지해
또 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졸업후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기업 디자인센터에 들어갈 실력이 충분했는데도 전문회사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찾은게 호동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이것 저것 눈치 안보고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게
이유다.
그는 인물캐릭터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조만간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해볼 작정이다.
"미키마우스 같이 세상 모두의 친구가 될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게 꿈"
이라고 그는 말했다.
< 장진모 기자 j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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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