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재 < 의약품사업부 개발담당 >

유트로핀은 생명공학을 이용해 상품화 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종전까지 국내에 수입된 외국제품이 대장균을 이용한 것과 달리 유트로핀은
세계 최초로 효모를 활용, 안전성이 뛰어나고 고농도 및 고순도를 지닌
제품이다.

생산성도 높아 든든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3년 1월 시판된 뒤 단숨에 국내시장의 80%를 장악했고
개발당시 매년 2백만 달러어치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했던 상황을 뒤바꿔놨다.

현재는 연간 8백만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인간성장호르몬 개발에 착수한 것은 지난 87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인구 1만명당 1명꼴로 성장호르몬이 결핍돼
왜소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잠재성환자까지 합치면 우리나라에만 10만명 이상이 필요로 하는 이
호르몬이 그동안 전량 외국에서 수입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특히 1회 주사때 드는 비용이 10만원, 1년 치료시 2천만원이 넘는 엄청난
비용탓에 극히 일부 계층만 혜택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물론 개발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85년 미국 제넨테크사가 미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약품허가를
받은 이후 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에서 인간 성장호르몬을 개발했지만
제조방법은 모두 대장균을 활용한 것이었다.

LG가 효모를 이용한 제품개발에 착수한 것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개발계획 수립후 30억원을 투입, 수없이 실패를 거듭한 끝에 89년 시제품을
내놓을수 있었다.

3년간의 신고끝에 거둔 수확이었다.

상품화하는데도 적잖은 난관이 갈길을 막았다.

특히 인간성장호르몬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기 때문에 보사부 허가를
받고 여러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와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에서 7~13세 왜소증환자
1백명에게 1주 6회 주사했더니 연간 평균성장속도가 3cm에서 12cm로 크게
향상됐다.

또 성장호르몬은 노인들의 근력을 증가시키고 축적된 체내지방을 감소시키며
노화를 지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여성의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배란을 촉진해 여성불임환자에게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엔 선천성 유전자 이상이 있는 터너증후군 환자에게도 높은 치료효과가
입증돼 시장성이 한층 밝아지고 있다.

유트로핀은 판매당시에 3만9천원으로 수입품의 10만원보다 훨씬 쌌다.

이에 따라 치료비는 연간 1천만원 선으로 떨어져 성장호르몬 치료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지금은 미국 유럽 등에 판매하기 위해 FDA의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백억원을 추가 투입, 연간 3백만 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를
생산할수 있는 공장을 익산에 증설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