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24일 "금융위기가 중남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아시아 경제회복
이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98 회계연도 (97년7월1일~98년6월30일)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은행은 "아시아 금융위기국의 경상수지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투자가 여전히 부진해 이 지역의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또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98 회계연도중 신규차관 규모가
2백85억9천4백만달러로 사상 최대규모였다고 밝혔다.

< 정리=김수찬 ksch@ >

아시아 경제회복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선 얼마나 더 걸릴지 속단하기가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확산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러시아를 거쳐 중남미 지역으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상황도 예의주시해 봐야 한다.

일본 경제는 특히 세계경제의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내년도 세계경제성장도 예측하기가 힘들게 됐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심하게 노출된 아시아지역에서는 두가지 상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좋은 소식이다.

한국 등 아시아 금융위기국의 경상수지가 뚜렷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회복의 밑거름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로 외국인 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중 아시아 지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감소했다.

이처럼 투자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이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 부진과 함께 여전히 취약한 금융시스템은 경상수지 흑자가 가져다
주는 플러스요인들을 크게 상쇄시키고 있다.

각국 정부의 초긴축정책도 경제회복을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한편 아시아 위기의 여파로 세계은행의 98 회계연도 신규 차관 규모는 사상
최대인 2백85억9천4백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 회계년도보다 무려 39%나 늘어난 규모이다.

세계은행의 차관은 전년의 1백45억달러에서 올해 2백10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최빈국에 무이자로 차관을 공여하는 국제개발협회(IDA) 차관도 46억달러에서
75억달러로 증가했다.

신규 차관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동아시아의 금융위기에 신속히 대응한
점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경제 개발을 지원한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회 부문에 관한 차관 제공도 크게 늘어났다.

이 기간중 세계은행 그룹의 수익은 12억4천3백만달러로 전년의
12억8천5백만달러보다 감소했으며 지급 회수금은 2백억달러로 전년의
2백55억달러에 비해 줄어들었다.

차관 규모를 지역별로 보면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이 전년보다 무려 97.8%
늘어난 96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중남미 60억달러, 유럽과 중앙아시아가 각각 52억달러, 아프리카
28억7천4백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세계은행 차관의 경우 한국이 50억달러로 채무 규모가 가장
컸으며 다음으로 중국 23억2천만달러, 멕시코 17억7천만달러 등의 순이었고
IDA 차관은 인도가 10억7천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