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기간동안 하루 3편씩 관람하는 영화광일지라도 전체의 10% 정도
밖에 볼수 없는 셈이다.
자연히 어떤 영화를 골라 보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의 작품외에 국내에서는 개봉되기 어려운
영화를 중심으로 관람계획표를 짜는 것이 요령이다.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주요작품들을 예술영화위주로 소개한다.
<>고요(이란)=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개막 작품이다.
지난해 한국팬에게 "가베"로 인사했던 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발바프가
메가폰을 잡았다.
한마디로 "눈먼 어린 성자의 동화같은 이야기"다.
10살박이 맹인소년 코쉐드는 현악기 조율사로 일한다.
소년은 아름다운 소리에 이끌려 가끔 엉뚱한 길을 헤매기도 한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을 가진 코쉐드는 소리를 통해서 운명과 세상의
헤쳐나가는 성자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원과 하루(그리스)=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그리스의 현실과 실존문제를 즐겨 다뤄온 테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간결하고 서정적인 영상으로 유명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칸 상영판과는 다른 디렉터스 컷(감독이 직접
편집한 것)으로 상영된다.
죽음을 앞둔 초로의 시인이 죽은 아내가 남긴 편지를 계기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행을 하게된다는 내용이다.
<>구멍(대만)=프랑스 아르테방송사가 추진중인 2000년 전야 프로젝트의
첫 작품.
차이 밍량감독이 4번째로 만든 장편영화다.
21세기가 다가오는 타이페이의 어느 주택가.
원인모를 괴질이 창궐하고 폭우가 쏟아진다.
위아래층에 살면서도 한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두남녀.
정부의 퇴거명령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던 그들은 두집사이의 구멍을 통해
기묘한 만남을 갖게 된다.
뮤지컬영화로 춤과 노래가 등장한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프랑스)=가난과 절망속에서도 모든 것을
감싸는 모성을 주제로 한 영화.
신인감독 샹드린 베이세는 영화광도 아니었고 영화공부를 해본 적도 없지만
자전적 시나리오를 토대로 이 작품을 제작, 데뷔했다.
배경은 프랑스의 시골마을.
폭군같은 남편과 싸워가며 일곱아이를 키우는 여인의 모성이 눈물겹다.
96년 루이 델뤽상, 97년 세자르 장편영화부문 신인감독상 등을 받았다.
<>누들샵(홍콩)=조그만 국수가게를 중심으로 분단의 아픔과 인생을 그린
영화.
"마마보스"라고 불리는 독신여성이 개업한 국수집.
손님들은 대부분 주인과 같은 고향출신의 이민자들이다.
어느날 단골손님중 한명이 의문사를 당하고 그녀는 옛날 사진들을 발견한다.
시에 양 감독은 중국의 저명한 감독인 시에 진의 아들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LA와 홍콩에서 활동중이다.
<>중앙역(브라질)=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수작.
전직교사인 도라는 리오 데 자네이로의 중앙철도역에서 문맹자들에게 편지를
써주며 돈을 번다.
도라는 한 여인의 부탁으로 "아들을 데려가라"는 내용의 편지를 그녀의
남편에게 써준다.
그러나 여인은 사고로 죽고 도라가 대신 아들을 데려다 주게된다.
소년의 아버지를 찾아다니며 차갑게 식었던 도라의 마음은 따뜻하게
변해간다.
<>4월의 이야기(일본)=도시의 젊은이들을 위한 동화같은 작품.
지방에서 도쿄의 대학에 진학한 한 소녀의 풋풋한 사랑과 동경을 그렸다.
일상생활에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만남을 찾아내는 감독의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
영화 "러브레터"로 한국에서도 꽤 많은 팬을 가진 이와이 순지 감독의
신작으로 올4월 발표됐다.
<>탱고(스페인)=스페인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신작.
세계 일류로 꼽히는 이태리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투라로와 콤비를 이뤄
화려한 화면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재능있는 영화감독이 아내에게 버림받은 후 정렬적인 탱고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배우를 물색하던 그는 영화투자자의 정부인 젊은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보름달 뜬 날(러시아)=올해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절제된 대사와 무성영화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
50년전 보름달 뜬 날에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한 여인을 중심으로
현재의 세상풍경과 일상생활을 그려나간다.
<>간장선생(일본)=폐막작품.
감독인 이마무라 쇼헤이는 "나라야마의 춤"과 "뱀장어"로 두번이나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이다.
간염 박멸에 헌신하는 섬마을 의사가 주인공.
2차대전에서 일본의 항복이 있기 전날 밤.
군국주의 일본사회에서 소외당했던 의사 아카기는 유행성 간염 퇴치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 이영훈 기자 brai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