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차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기로 한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돈가뭄에 시달리는 등 금융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
되지 않고 있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아니 성과는 커녕 전국금융노련이 이달 29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벌이
기로 결의한데 이어 어제는 한국노총도 9개 조건부승인 은행들의 대량감원
방침이 철회되지 않으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금융구조조정 자체가 중대한 고비를 맞은 감이
없지 않다.

우리는 전면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고 더나아가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은행노조 모두가 대승적이고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갖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가뜩이나 자금수요가 급증
하는 월말과 추석이 겹친 때에 은행업무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일반인이나 기업이 겪을 엄청난 불편과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신인도
악화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누구보다도 은행노조들 자신이 잘 알고 있으리라
고 믿는다.

당장 직장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는 은행원들 입장에서 대량감원 방침에
반발하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인 은행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상당한 규모의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아닌 은행원들도 인정할 것이다. 특히 부실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마당에 은행원들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관철이 어려울 것이다.

감원을 둘러싼 노사갈등 이외에 부실은행들의 홀로서기를 지원하기 위한
재정지원 규모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5개의 은행과 16개의
종합금융회사 등 모두 92개의 금융기관들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15조5천억원
의 재정자금이 투입됐고 이달에도 은행의 부실채권매입을 위해 20조원,
상업.한일은행에 대해 4조5천3백억원을 각각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정도의 재정지원만으로는 은행건전화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보다 과감한 재정지원을 미루고 시간을 끌수록 부실여신만
늘어나고 신용경색이 계속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예로 지난 6월말 현재 지난해말에 비해 7조7천6백억원의 무수익 여신이
추가로 늘어났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부실채권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재정경제부가 BIS 자기자본비율을 당초의 8%보다 훨씬 높은
12%까지 높여주기로 결정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때마침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리고 국제결제은행(BIS)
의 간부들이 서울에 와서 그동안의 금융구조조정 성과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모든 금융인들은 심기일전해 금융구조조정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