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직원이 은행이 갖고 있던 주식 20억원어치(장부가기준)를
몰래 빼돌려 시장에 팔아 유용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금융계의 모랄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수출입은행이 지난 6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무려 3개월이 넘도록
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은행경영진이 고의적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2일 수출입은행과 서울영등포 경찰서에 따르면 이 은행 전 자금부차장
김두호(41.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씨는 지난 6월 11일 수출입은행이
증권사에 위탁해둔 한전주식 10만주를 빼돌려 주당 1만4천원에 팔아
14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경찰은 김씨를 지난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주식매도대금중 3억7천만원을 빚을 갚는데 쓰고 나머지는 개인적
으로 주식투자에 사용한 혐의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7월말까지 이 은행 자금부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은행이 증권사에 맡긴 주식을 찾는데 필요한 증권카드와 법인인감을 혼자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주식투자를 하다가 빚진 돈 6억5천만원을 갚기위해
회사주식을 빼돌렸다"며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 돈을
불린 뒤 빼돌린 주식을 채워넣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여만인 지난 19일 진상을 파악해 즉각
법적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