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는 처녀가 몸을 허락하겠다고 오케이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왜 그렇죠?"

"타당성조사를 하고 사업을 안한 사례가 거의 없으니까요"

예산당국자와 기자가 최근에 나눈 대화의 한토막이다.

그렇다면 타당성조사는 왜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건 당연하다.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는가를 보자.

먼저 해당 지역이나 소관부처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예산당국을
조른다.

국회의원이나 실력자들이 예산관련 당국자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는다.

예산당국은 압력의 세기를 보아가며 마지못해 타당성조사비용을 예산안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한번 타당성조사에 들어간 사업은 결국 완공까지 가고야 만다.

소관부처나 해당지역에서 발주한 탓에 타당성조사는 대부분 "필요한 사업"
이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발을 들여놓은채 질질 끌고 있는 고속도로 사업이 현재 32개에
달한다.

기획예산위원회는 올해초 "신규사업은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착공하지 않은 사업이라도 설계중이면 신규사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붙였다.

이렇게 해서 한번 발을 들여 놓은 사업은 계속 추진된다.

86조원의 내년 예산중 14조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편성방식
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기획예산위원회까지 만들어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신정부하에서도 공무원
들의 소프트웨어가 바뀌려면 아직 멀은 것 같다.

김성택 < 경제부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