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알리, 상체를 더 숙이란 말이야", "레너드, 치고 빠지라니까"...

스파링이 한창인 어느 여름날 현대정공 창원공장 복싱도장.

둔탁한 펀치소리 사이로 코치의 주문이 쉴새없이 쏟아진다.

별명이 알리와 레너드인듯한 두사람은 장작패기 하듯 전력을 다해 펀치를
날린다.

도장은 이내 후끈 달아오른다.

땀냄새 범벅이다.

남성성이 박약해져가는 세태에 대한 반항 같기도 하다.

우리 회사 복싱부는 지난 88년 10월에 결성됐다.

평소 남성적인 스포츠는 복싱밖에 없다는 소신파 사우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사우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권투의 진면목을 보여준 영화 "록키"시리즈를
사내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첫 모집에 무려 1백30명이나 몰려들었다.

회사도 도장을 마련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회원수가 많다보니 복싱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별명도 스타일에 맞게 붙었다.

김경덕씨는 몸집은 작아도 활화산같은 펀치력을 지녔다.

"김태식"이란 별명이 아깝지 않다.

큰 덩치에도 뛰어난 순발력과 화려한 테크닉을 가진 정춘현씨는 "무하마드
알리"가 제격이다.

또 두뇌플레이와 기교로 상대방을 녹아웃 시키는 조권환씨의 별명은
"레너드"다.

이밖에 "링의 여우" "체력의 화신" 등 재미난 별명을 가진 회원도 있다.

철도 동력차량 조립공장에 위치한 도장은 점심시간이 되면 일제히 몰려든
회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관장의 리드에 따라 간단히 몸을 풀고 샌드백을 친후 자세를 잡다보면
40분이 후딱 지나간다.

연습의 하일라이트는 단연 스파링이다.

사각의 링 안에서는 인정사정 없지만 밖에서는 끈끈한 우정을 다질 수 있는
것이 스파링의 매력이다.

우리 복싱부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매달 한 차례씩 사내대회를 연다.

또 다른 복싱동호회와의 친선시합도 두세달에 한 번씩 갖는다.

우리는 오는 10월 마산에서 열리는 경남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복싱과 에어로빅을 결합시킨 "복싱에어로빅교실"을 열어 복싱의 대중화에
노력할 생각이다.

나제운 < 현대정공 창원공장 공무부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