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에 익숙해져있는 소비자들은 아직 소득감소분 만큼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

"집이 없어도 자동차는 있어야한다"

"집안에서 여가를 즐기는 "IMF형 코쿤(cocoon.누에고치)족"이 늘었다"

이같은 사실은 제일기획이 15일 발표한 "IMF반년, 한국의 자화상"을 주제로
한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는 지난 6월29일부터 7월5일까지 일주일동안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4대도시에서 13~59세 남녀 2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득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막연한 기대감속에서 <>내집마련 <>자동차 구매 <>유행 패션에 관심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응답자의 약 80%가 평균 20~40%의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에따라 IMF이후에는 월소득 1백만원이하와 1백만원~1백50만원대의
저소득자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소득감소는 연령층으로는 30대, 소득수준으로는 중.하류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있음을 보여줬다.

<>지출=안입고 안가고 안쓰는 경향이 심화됐다.

가장 지출을 많이 줄인 분야는 의류비(73.7%) 레저.여가비(60.2%)
품위유지비(50.7%) 등의 순이었다.

식품비는 저소득층의 경우 오히려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감소폭은 적었다.

그러나 교육비의 경우 아예 지출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15%로 6개월전
보다 두배 가까이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3.7%는 앞으로도 지출을 줄일 예정이라고 밝혀 내수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예금.적금을
선하겠다는 사람들이 53.4%로 가장 많았다.

반면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각각 3.4%, 2.6%에 그쳤다.

<>관심사의 변화=IMF는 사회적 관심사도 바꿔놓았다.

국내정치 교육 등이 밀려나고 불황타개(36.6%), 물가고(34.4%) 등 경제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생활수준별로는 하류층이 민생현안에, 중류층은 세금 국내정치 유행 등에,
상류층은 범죄.사건, 교통 교육에 관심을 보였다.

사회경제에 대한 불신풍조도 심화됐다.

부유층이 여전히 IMF이전의 소비수준을 유지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응답자의
94%나 됐다.

또 72.2%는 사회 전반적으로 과소비경향이 줄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고통분담이 공정하다고 느낀 사람은 8.5%, 경제가 회복되도 경제적
불평등은 커질 것으로 답한 사람은 90.1%로 IMF하의 고통분담 정책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프스타일=서구적 가치와 생활방식이 선호되고 전통가치및 행동규범의
약화가 나타나고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혼전관계도 무방하다(29%), 온돌보다 침대가 좋다(45%),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한다(32%)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패션이나 유행에 대한 갈망도 수그러들지 않고있다.

구두나 장신구 등을 옷에 맞추어 사용하고(30%), 성형수술에 긍정적(21%)인
사람들이 오히려 늘었다.

극단적으로, 유명상표를 입어야 자신감이 생긴다(17%)는 생각도 여전히
존재했다.

하루 생활중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일보다는 회사분위기, 막연한 불안감때분에 남아있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52.7%나 됐다.

여가생활의 두드러진 특징은 "in-Door형 여가"로의 전환이다.

IMF사태이후 교외 나들이가 심적 물적 부담감으로 기피되면서 여가, 취미를
집안에서 즐기는 경향이 강세를 보이고있다.

이 때문에 "IMF형 코쿤족"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TV, 라디오매체에 대한 접촉률도 증가하고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