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본격
추진하면서 전산업에 걸쳐 "공룡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합병으로 등장한 기업들은 덩치가 워낙 큰데다 내수기반도 확실해
세계산업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정도다.

이들 거대기업은 대부분이 건전한 기업들을 묶은 강-강연합이어서 경쟁력
또한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중국 거대기업 탄생의 신호탄은 석유화학산업에서 먼저 쏘아 올려졌다.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약칭 석유집단)이 그 것.

석유집단(그룹)은 지린 헤이롱장 중칭 쓰촨 시장 청하이등 중국 12개성에서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정유공장과 지방정부 소속의 석유공사, 주유소를 인수
합병한 그룹이다.

또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등 4개성이 소유한 유전과 정유소를 통합하도록
했다.

이같은 인수합병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석유집단의 총자산은
4천8백억위안(한화 76조8천억원 상당), 연간 매출액은 2천8백억위안
(44조8천억원)에 달해 세계 1백위권 기업에 진입하게 된다.

석유화학계통의 중국석화집단공사도 석유집단과 유사한 경우다.

석화집단은 지난달 1일 상하이와 푸젠 장시 허난 후난 광둥 하이난등
15개 성에 소속된 유전과 석유회사, 주유소등을 흡수했다.

베이징등지의 석유관련 수출입 기업도 흡수했다.

석화집단 또한 전세계의 5백대기업에 들어갈 만큼 커졌다.

자동차는 한창 짝짓기가 진행중인 산업분야다.

중국당국은 난립해있는 1백20여개의 자동차산업을 2년내에 5-8개 그룹
기업으로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백20개 기업의 총 자동차생산대수는 1백40만대.

이를 평균 내면 회사당 1만1천67대에 불과하다.

경쟁력은 고사하고 존립하고 있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영세성을 극복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전략이다.

더욱이 현재 1백%에 달하는 일반 승용차의 수입관세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

베이징 시내의 공터에는 2-3년씩 팔리지 않은 국산자동차들이 서 있다.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값을 내리면서 생산업체의 수지악화는 물론
판매망까지 허물어지고 있다.

외국산 자동차를 밀어내고 자국 승용차산업을 키워야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물거품이 될 위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은 이런 벼랑끝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로 받아들여
지고 있어 초대형 자동차 회사의 출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밖에 컬러 TV산업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쓰촨성의 컬러TV 제조업체인 "장홍"이 "남통삼원TV회사"와
"장춘무선전기회사"를 인수했고 역시 컬러TV제조업체인 "캉자"도 안후이
베이징 산시등의 대형 TV제조업체를 흡수했다.

두 회사는 경쟁사를 흡수 합병함으로써 총자산을 종전의 수억위안에서
수십억위안으로 끌어올렸다.

중국당국은 현재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수백개의 컬러TV회사를
연간 생산규모가 50만대 이하인 기업을 도산시키거나 대형기업에
흡수합병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구상이다.

중국 국무원 관계자는 "중국이 수년내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고율의 수입관세를 통해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강강연합을 통해 기업체질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