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Korea 21] 외국인과의 대화 : '한국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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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의 경제위기와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좌담회 시리즈 두번째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한국네슬레의 데이브 파커 사장, 한국크로락스의 타이셍
탄 사장, 필립모리스 코리아의 이진무 지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소비재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 대표로 누구보다
더 한국시장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가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잡았으면서도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개혁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강조했다.
좌담회내용을 싣는다.
< 편집자 >
=======================================================================
[ 참석자 : 데이브 파커 < 네슬레 사장 >
타이셍 탄 < 크로락스 사장 >
이진무 < 필립모리스 한국지사장 >
사회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이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제의 거시지표는 좋지 않았는가.
<> 타이셍 탄 사장 =표면적으로는 외환 보유고 부족과 이로 인한 외채상환의
어려움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그것은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정권 이래 한국 정부는 줄곧 성장 일변도 정책을 구사했고 기업은
이익 창출보다는 외형성장에 주력해 왔다.
또한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사업에 투자한 것도 현 자금부족의 중요한
이유중 하나라고 본다.
<> 데이브 파커 사장 =동감이다.
성장 지상주의가 문제다.
나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정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고 싶다.
"한국사람 전용"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사방을 울타리로 친 상황이 떠오른다.
롤러코스터가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은행대출의 힘은 커진다.
회사는 은행 대출을 이용해 주력업종 외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했고
대출을 회수하자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다.
결과적으로 효율성은 떨어졌고 이익은 줄었다.
<> 이진무 지사장 =무엇보다 중복투자와 과도한 은행대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제외하고 산업기반만 보면 한국은 다른 어느 IMF 관리국가보다
건실하다.
<> 사회 =많은 사람들은 회수에 대한 확신도 없이 돈을 빌려주는 한국
은행들의 대출관행이 갖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은행은 기업이라기 보다는 정부 기관이나 도구처럼 인식돼
왔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위기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
됐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성을 가진다.
그렇다면 IMF 관리체제 극복을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A부터 F까지 학점으로 표현한다면.
<> 파커 사장 =전체적으로는 C학점이라고 본다.
정부가 방향은 잘 잡고 있으나 노동문제 접근과 구조조정은 너무 미온적
이다.
기아자동차 등의 부실기업 처리에도 너무 오랜 시간을 끌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모든 계층을 다 배려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된다.
외자유치가 기대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는 것도 걱정스럽다.
<> 이 지사장 =전체적인 접근법과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는 A학점을
주겠다.
금융 기업 노동시장 공공부문 등 4대부문 개혁과제는 적절히 선정됐다.
그러나 계획의 실행은 미진하다.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C학점을 주겠다.
<> 사회 =지금의 경제개혁은 이제까지 한국정부가 한 일중 가장 힘든
작업인 듯하다.
또 아직 청사진 단계에 불과하다.
굳이 현상황에서 평가한다면 F학점을 줄 곳은 어디인가.
<> 이 지사장 =노동문제다.
현재 한국경제의 모든 부문이 구조조정을 필요로 한다.
기업의 정리해고에 정부가 개입하면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만 낳는다.
<> 파커 사장 =한국은 아직 개혁을 실천할 준비가 덜 된 듯한 인상을 준다.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처리는 앞으로 나쁜 선례로 작용할수 있다.
<> 탄 사장 =사태의 원인 분석과 목표 설정은 옳았다.
그러나 실행측면은 C학점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신뢰할수 없어 주저하고 있다.
최근의 노동문제 해결방향은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확산시키고 있다.
<> 사회 =한국정부가 한 일중 가장 잘한 것을 지적한다면.
<> 탄 사장 =노사정 합의를 들겠다.
김대중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집권 초기 그는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정리해고를 얘기했다.
종신고용이 당연하게 받아져온 나라에서, 더욱이 근로자계층이 그의 가장
큰 지지기반의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부담스런 일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것을 해냈다.
<> 파커 사장 =동감이다.
<> 이 지사장 =공기업 민영화계획과 이에 대한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높이 사고 있다.
<> 사회 =투자대상으로서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 이 지사장 =D학점을 주겠다.
투자할 때는 그 소비시장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외국투자가 국내에서 외국상품을 생산판매할 때 외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겠는가.
이 문제는 소비재 부문에서 특히 심각하다.
<> 파커 사장 =한국은 4천5백만명의 인구를 지닌 대형시장이다.
또 상당수의 소비자가 품질과 브랜드에 눈뜨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는 A급 투자대상이다.
그러나 관료주의 규제 등 행정체계는 D학점 수준이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살기는 좋지만 일하기는 힘든 곳"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종합적으로는 B학점을 주겠다.
<> 탄 사장 =한국은 넓은 시장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지역으로서는 C학점 수준이다.
행정규제나 법규의 비효율적 측면 때문이다.
몇년전 휴대전화 사업자 선정 건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들이 각각 트럭 몇대 분량의 자료를 냈다고 들었다.
기업에 이런 비생산적인 작업을 강요할 필요가 있는가.
<> 사회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예를 들면 아르헨티나처럼 한때 번성하다가 꺾인 뒤 결국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한 국가도 있다.
한국경제가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보나.
<> 탄 사장 =전망은 밝다.
한국은 산업기반이 강하다.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현대와 LG의 반도체부문 합병 같은 빅딜이 완료돼 산업구조가 합리화되면
결국 한국경제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 파커 사장 =결국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전제가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글로벌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까지는 계속 어려울 것이고 2000년대가 되면 회복하리라고 본다.
<> 이 지사장 =산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고방식의 변화가 더 시급하다.
편협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가 문제다.
한국에 정말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외국과의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
<> 사회 =지난 30여년간 구축된 경제체계는 산업, 특히 금융의 자율성을
막아 왔다.
나는 정부의 세계화추진팀의 일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세계화라는 과제의 추진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어려웠다.
그때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시아적 가치"와 발전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 탄 사장 =아시아적 가치란 연장자에 대한 공경과 교육중시, 성실한
근로정신 등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제 연장자 공경을 제외하고 이런 가치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장려되고 있다.
아시아적 가치란 큰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 사회 ="아시아적 가치"의 부정적인 측면은 어떤가.
예를 들어 동양에서는 투명성과 정직성이 한번도 높은 가치로 인정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국제 경제교류에 필수 요소라는 점 때문에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탄 사장 =사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접대라고는
담배를 함께 피우는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 한국과 일본에서는 접대가 신뢰를 쌓는데
필수불가결의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그 비용도 엄청나다.
공식 업무보다 이런 부분이 업무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파커 사장 =한국에서는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업무 결과가 달라진다.
투명한 비즈니스 관행이 따로 없는 듯 하다.
또 아시아적 가치의 문제로 업무태도를 들 수 있다.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일의 효율성이나 생산성은 이에 따를지 의심스럽다.
<> 이 지사장 =조직에 대한 충성심, 자기 희생 등은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문성이 부족해질수 있다는건 문제다.
<> 사회 =한국의 노동의 질은 어떻다고 보는가.
<> 파커 사장 =한국 근로자들은 헌신적이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강하다.
조금 더 정비하면 근로자들이 한국경제 회생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탄 사장 =노동력은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상사가 남아 있으면 퇴근을 안하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노사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크게 심각한 편은 아니다.
대화를 통해 거의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 노동자연맹 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간혹 보인다.
올해는 이 부문, 그 중에서도 이 업체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그것
이다.
한국인은 매우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한정된 자기 영역만 챙기는 경향에서 나오는 소극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 파커 사장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또 단지 내 몫뿐 아니라 일의 전체 윤곽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 이 지사장 =한국 근로자들은 매우 책임감이 강하다.
하지만 효율성과 전문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 사회 =외국기업 관계자들이 생각보다도 한국 언론을 많이 접하고 최근
경제관련 사태 추이를 잘 알고 있는데 놀랐다.
한국 언론이 여론을 제대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는가.
<> 탄 사장 =신문 논조는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다고 본다.
"절제라는 것이 무조건 쓰지 않는게 아니다. 값비싼 해외여행은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비는 꾸준히 이뤄져야 국가경제가 살아난다"고
사설들은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조금 다르다.
한국정부는 수입차 구매자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했다.
이런 행동은 외자유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 파커 사장 =소비를 다시 진작시켜야 한다.
한편 외국상품 배격운동의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회사 상품의 경우 한국에 알려진지 오래돼 외제라는 인식이 많이
줄었다.
또 커피는 원재료가 모두 수입품이므로 국산과 외제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이제는 브랜드가 아니라 품목 전체가 공격받는 상황이다.
한국 일부 지역에서는 커피자판기에 "외국산 커피 대신 국산차를 마시자"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여 놓은 일도 있다.
<> 사회 =그런 일은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의 주도로 벌어지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더한 일도 벌어졌다.
10년전쯤 미국에서는 국회의원이 워싱턴 DC의 공개된 장소에서 일본산
도요타자동차를 도끼로 부수는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 파커 사장 =커피 안 마시기 운동은 현 상황을 이용하려는 일부의 시도
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최근 한 조사에서는 75%의 한국인이 외자유치를 환영
한다고 말하면서도 69%가 외제상품을 사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 이 지사장 =필립 모리스의 경우 IMF직후 수입상품에 대한 반감 때문에
올 매출이 지난해보다 60%나 줄었다.
최근들어 이 문제는 조금 나아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매력 감소가 문제다.
< 정리 = 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좌담회 시리즈 두번째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한국네슬레의 데이브 파커 사장, 한국크로락스의 타이셍
탄 사장, 필립모리스 코리아의 이진무 지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소비재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 대표로 누구보다
더 한국시장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가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잡았으면서도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개혁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강조했다.
좌담회내용을 싣는다.
< 편집자 >
=======================================================================
[ 참석자 : 데이브 파커 < 네슬레 사장 >
타이셍 탄 < 크로락스 사장 >
이진무 < 필립모리스 한국지사장 >
사회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이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제의 거시지표는 좋지 않았는가.
<> 타이셍 탄 사장 =표면적으로는 외환 보유고 부족과 이로 인한 외채상환의
어려움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그것은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정권 이래 한국 정부는 줄곧 성장 일변도 정책을 구사했고 기업은
이익 창출보다는 외형성장에 주력해 왔다.
또한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사업에 투자한 것도 현 자금부족의 중요한
이유중 하나라고 본다.
<> 데이브 파커 사장 =동감이다.
성장 지상주의가 문제다.
나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정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고 싶다.
"한국사람 전용"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사방을 울타리로 친 상황이 떠오른다.
롤러코스터가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은행대출의 힘은 커진다.
회사는 은행 대출을 이용해 주력업종 외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했고
대출을 회수하자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다.
결과적으로 효율성은 떨어졌고 이익은 줄었다.
<> 이진무 지사장 =무엇보다 중복투자와 과도한 은행대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제외하고 산업기반만 보면 한국은 다른 어느 IMF 관리국가보다
건실하다.
<> 사회 =많은 사람들은 회수에 대한 확신도 없이 돈을 빌려주는 한국
은행들의 대출관행이 갖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은행은 기업이라기 보다는 정부 기관이나 도구처럼 인식돼
왔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위기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
됐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성을 가진다.
그렇다면 IMF 관리체제 극복을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A부터 F까지 학점으로 표현한다면.
<> 파커 사장 =전체적으로는 C학점이라고 본다.
정부가 방향은 잘 잡고 있으나 노동문제 접근과 구조조정은 너무 미온적
이다.
기아자동차 등의 부실기업 처리에도 너무 오랜 시간을 끌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모든 계층을 다 배려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된다.
외자유치가 기대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는 것도 걱정스럽다.
<> 이 지사장 =전체적인 접근법과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는 A학점을
주겠다.
금융 기업 노동시장 공공부문 등 4대부문 개혁과제는 적절히 선정됐다.
그러나 계획의 실행은 미진하다.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C학점을 주겠다.
<> 사회 =지금의 경제개혁은 이제까지 한국정부가 한 일중 가장 힘든
작업인 듯하다.
또 아직 청사진 단계에 불과하다.
굳이 현상황에서 평가한다면 F학점을 줄 곳은 어디인가.
<> 이 지사장 =노동문제다.
현재 한국경제의 모든 부문이 구조조정을 필요로 한다.
기업의 정리해고에 정부가 개입하면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만 낳는다.
<> 파커 사장 =한국은 아직 개혁을 실천할 준비가 덜 된 듯한 인상을 준다.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처리는 앞으로 나쁜 선례로 작용할수 있다.
<> 탄 사장 =사태의 원인 분석과 목표 설정은 옳았다.
그러나 실행측면은 C학점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신뢰할수 없어 주저하고 있다.
최근의 노동문제 해결방향은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확산시키고 있다.
<> 사회 =한국정부가 한 일중 가장 잘한 것을 지적한다면.
<> 탄 사장 =노사정 합의를 들겠다.
김대중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집권 초기 그는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정리해고를 얘기했다.
종신고용이 당연하게 받아져온 나라에서, 더욱이 근로자계층이 그의 가장
큰 지지기반의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부담스런 일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것을 해냈다.
<> 파커 사장 =동감이다.
<> 이 지사장 =공기업 민영화계획과 이에 대한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높이 사고 있다.
<> 사회 =투자대상으로서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 이 지사장 =D학점을 주겠다.
투자할 때는 그 소비시장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외국투자가 국내에서 외국상품을 생산판매할 때 외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겠는가.
이 문제는 소비재 부문에서 특히 심각하다.
<> 파커 사장 =한국은 4천5백만명의 인구를 지닌 대형시장이다.
또 상당수의 소비자가 품질과 브랜드에 눈뜨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는 A급 투자대상이다.
그러나 관료주의 규제 등 행정체계는 D학점 수준이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살기는 좋지만 일하기는 힘든 곳"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종합적으로는 B학점을 주겠다.
<> 탄 사장 =한국은 넓은 시장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지역으로서는 C학점 수준이다.
행정규제나 법규의 비효율적 측면 때문이다.
몇년전 휴대전화 사업자 선정 건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들이 각각 트럭 몇대 분량의 자료를 냈다고 들었다.
기업에 이런 비생산적인 작업을 강요할 필요가 있는가.
<> 사회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예를 들면 아르헨티나처럼 한때 번성하다가 꺾인 뒤 결국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한 국가도 있다.
한국경제가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보나.
<> 탄 사장 =전망은 밝다.
한국은 산업기반이 강하다.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현대와 LG의 반도체부문 합병 같은 빅딜이 완료돼 산업구조가 합리화되면
결국 한국경제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 파커 사장 =결국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전제가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글로벌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까지는 계속 어려울 것이고 2000년대가 되면 회복하리라고 본다.
<> 이 지사장 =산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고방식의 변화가 더 시급하다.
편협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가 문제다.
한국에 정말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외국과의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
<> 사회 =지난 30여년간 구축된 경제체계는 산업, 특히 금융의 자율성을
막아 왔다.
나는 정부의 세계화추진팀의 일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세계화라는 과제의 추진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어려웠다.
그때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시아적 가치"와 발전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 탄 사장 =아시아적 가치란 연장자에 대한 공경과 교육중시, 성실한
근로정신 등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제 연장자 공경을 제외하고 이런 가치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장려되고 있다.
아시아적 가치란 큰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 사회 ="아시아적 가치"의 부정적인 측면은 어떤가.
예를 들어 동양에서는 투명성과 정직성이 한번도 높은 가치로 인정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국제 경제교류에 필수 요소라는 점 때문에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탄 사장 =사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접대라고는
담배를 함께 피우는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 한국과 일본에서는 접대가 신뢰를 쌓는데
필수불가결의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그 비용도 엄청나다.
공식 업무보다 이런 부분이 업무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파커 사장 =한국에서는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업무 결과가 달라진다.
투명한 비즈니스 관행이 따로 없는 듯 하다.
또 아시아적 가치의 문제로 업무태도를 들 수 있다.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일의 효율성이나 생산성은 이에 따를지 의심스럽다.
<> 이 지사장 =조직에 대한 충성심, 자기 희생 등은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문성이 부족해질수 있다는건 문제다.
<> 사회 =한국의 노동의 질은 어떻다고 보는가.
<> 파커 사장 =한국 근로자들은 헌신적이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강하다.
조금 더 정비하면 근로자들이 한국경제 회생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탄 사장 =노동력은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상사가 남아 있으면 퇴근을 안하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노사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크게 심각한 편은 아니다.
대화를 통해 거의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 노동자연맹 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간혹 보인다.
올해는 이 부문, 그 중에서도 이 업체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그것
이다.
한국인은 매우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한정된 자기 영역만 챙기는 경향에서 나오는 소극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 파커 사장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또 단지 내 몫뿐 아니라 일의 전체 윤곽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 이 지사장 =한국 근로자들은 매우 책임감이 강하다.
하지만 효율성과 전문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 사회 =외국기업 관계자들이 생각보다도 한국 언론을 많이 접하고 최근
경제관련 사태 추이를 잘 알고 있는데 놀랐다.
한국 언론이 여론을 제대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는가.
<> 탄 사장 =신문 논조는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다고 본다.
"절제라는 것이 무조건 쓰지 않는게 아니다. 값비싼 해외여행은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비는 꾸준히 이뤄져야 국가경제가 살아난다"고
사설들은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조금 다르다.
한국정부는 수입차 구매자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했다.
이런 행동은 외자유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 파커 사장 =소비를 다시 진작시켜야 한다.
한편 외국상품 배격운동의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회사 상품의 경우 한국에 알려진지 오래돼 외제라는 인식이 많이
줄었다.
또 커피는 원재료가 모두 수입품이므로 국산과 외제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이제는 브랜드가 아니라 품목 전체가 공격받는 상황이다.
한국 일부 지역에서는 커피자판기에 "외국산 커피 대신 국산차를 마시자"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여 놓은 일도 있다.
<> 사회 =그런 일은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의 주도로 벌어지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더한 일도 벌어졌다.
10년전쯤 미국에서는 국회의원이 워싱턴 DC의 공개된 장소에서 일본산
도요타자동차를 도끼로 부수는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 파커 사장 =커피 안 마시기 운동은 현 상황을 이용하려는 일부의 시도
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최근 한 조사에서는 75%의 한국인이 외자유치를 환영
한다고 말하면서도 69%가 외제상품을 사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 이 지사장 =필립 모리스의 경우 IMF직후 수입상품에 대한 반감 때문에
올 매출이 지난해보다 60%나 줄었다.
최근들어 이 문제는 조금 나아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매력 감소가 문제다.
< 정리 = 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