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과연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을까.

북한 중앙통신이 인공위성 발사 성공사실을 보도한 것과 관련, 그 신빙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자체 기술만으로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
했다면 그 자체가 국내는 물론 세계 과학계의 엄청난 충격을 던져줄 것이
확실하다.

현재로선 믿을 수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북한의 기술수준으로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릴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청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항공기술 수준으로 볼때 불가능한
일"이라며 "북한의 발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가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만일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미국이 모를리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방부 한 고위관리도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것은
탄도미사일"이라며 인공위성 발사주장을 일축했다.

국내 연구소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6가지. 첫째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개발기술 수준.

한국항공우주연구소 관계자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서는 사정거리
6천km 이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보유해야 하는데 북한은
현재 3천km 정도의 기술밖에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둘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의 정확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인공위성연구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이
발사한 각종 미사일의 도착지점을 봤을 때 정확도가 매우 떨어진게 사실"
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미사일보다 훨씬 고도한 기술이 필요되는
인공위성을 북한이 설사 발사했을 지라도 성공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셋째는 미국의 첩보위성의 수준.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조광래박사는 "미국이 갖고 있는 첩보위성의 경우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의 연료주입 순간까지 포착할 정도로 기능이
뛰어나다"며 "이런 미국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감지 못했을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등도 수많은 첩보위성을 띄워 놓고 있어
이들 첩보망을 북한이 피해 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렸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넷째는 기술개발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

보통 하나의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조원 이상의 개발비용
이 필요한데 북한의 경제력을 감안할 경우 거의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위성을 쏘아올리려면 3단 로켓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기술은 현재
2단 로켓 수준밖에 안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북한이 위성체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
볼때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성공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위성 발사 성공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몇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지는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번 의문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아직까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국방부 관계자 등 일부에서 부인 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
의 공식 부인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공우주연구소 조광래박사는 "북한이 제시한 발사과정에 대한 자료를
정밀 분석해야 성공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지만 발표된 자료자체만
보면 인공위성발사 성공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