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입찰추진사무국이 부채원금 탕감조건등을 적시한 응찰업체들에
조건 철회여부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유찰을 막아보자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또 응찰업체들이 제시한 조건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일부업체를 탈락시켜
발생할 수도 있는 반발을 사전에 막아보자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현대 대우 삼성 포드 등 응찰업체들은 지난 21일 입찰서류를 제출하면서
모두 부대조건을 달았다.

각 업체들이 내건 조건은 부채원금이 12조8천억원으로 너무 많으니
탕감해달라는게 골자.

"기아의 재무정보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재실사 혹은 제3자 평가 후
재협상하자", "올상반기 결산자료는 믿을 수 없으니 1.4분기 결산자료를
기준으로 자산과 부채를 실사한 뒤 차이가 나는 만큼을 추가 탕감해달라"는
식의 제안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것을 모두 조건으로 본다면 기아 입찰은 당연히 유찰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부대조건이 "조건을 받아주지 않으면 인수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아의 재무정보를 믿을 수 없으니 재실사해서
추가로 부채탕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말했다.

부대조건이 "조건부"인지 "희망사항"인지를 판단할 수 없어 조건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다.

응찰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현대와 포드는 "한번 낸 입찰서류를 어떻게 바꾸느냐"며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조건인지 아닌지는 입찰을 맡고 있는 입찰추진사무국이 결정할 일이며
조건을 내건 자체가 입찰 전략인데 그 것을 중간에 바꾸라고하는게
말이 되느냐는 것.

특히 모든 업체들이 조건을 달았다면 조건의 성격이 다르다해도 당초
방침대로 모든 업체를 탈락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응찰업체들은 입찰준비를 하면서 가장 주력한 부분이 부대조건
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따라서 불공정입찰이라는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대조건을 철회해도 마찬가지다.

느닷없는 입찰추진사무국의 요청에 조건을 빼겠다고는 했지만 그 많은
부채를 떠안고 인수할 경우엔 득보다 실이 클 수있기 때문이다.

입찰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강하게 제기된다면 낙찰자가 선정돼도
문제는 계속 남는다.

기아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고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그렇다면 채권단과 정부는 또다른 고민을 안아야 하고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치게 된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