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하라고 유언을 남긴 고 최종현 SK 회장의 얘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제까지 사회저명인사나 대기업 회장이 타계했을때 시신을 화장한 경우가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시신을 화장하는 것에 대해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인은 평소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 죽는 사람마다 묘지를 쓰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는
것.

고인은 특히 "서민들을 생각해서라도 돈있는 사람들이 묘지를 너무 호화롭게
하면 안된다"며 사회지도층인사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이에따라 고인의 뜻을 받들어 화장을 한뒤 납골당형태의 묘를
만들어 지난해 세상을 떠난 부인 박계희여사와 합장하기로 했다.

수원 가족묘지에 안장돼 있는 고 박여사의 시신도 이를위해 화장하기로
했다.

납골당형태의 묘를 만들기로 한 것은 하나의 묘에 여러사람의 유골을 함께
모실수 있어서다.

나중에 후손들이 원하면 이 납골당을 이용할수 있다는 것이다.

좁은 국토를 걱정한 고인의 뜻이 반영됐다.

고인의 지인들은 "항상 국가와 공익을 먼저 생각하더니 죽어서도 이를
실천했다"며 죽음을 아쉬워했다.

< 최완수 기자 wan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