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회장 타계이후 SK그룹 후계구도는 어떻게 될것인가.

후계구도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부문은 두가지다.

그룹의 실질적인 회장역할을 누가 맡느냐는 것과 계열사들의 소유구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다.

먼저 실질적인 회장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남인 최태원
SK(주) 대표이사 부사장이 전면에 부상할 것이라는게 SK 관계자들의 설명
이다.

지난 97년 최부사장을 SK(주)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하면서 고 최회장의
후계구도에 대한 작업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그룹의 주력사인 SK(주)의 대표이사를 맡긴 것은 대외적으로 공식 후계자
임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고 SK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만 아직 경영수업을 더 받으라는 의미에서 사장이 아닌 부사장의 직함을
줬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 부사장은 올들어 재계를 몰아치고 있는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사령관 역할을 맡아 해외자본유치및 그룹구조조정작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지만 그룹의 주요결정은 이미 그의 손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 최회장이 지난해 폐암수술을 받고 경영일선에서 손을 뗀 이후
최 부사장의 행보는 무게를 더하고 있다는게 재계인사들의 지적이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그동안 최종현 회장께서 2세 후계체제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며 "앞으로 최태원 부사장 중심으로 그룹이 운영될 것"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장례가 끝나는 30일 사장단회의 격인 수펙스추구회의를 열어
그룹 운영구도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룹 회장제가 사라졌기 때문에 최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어떤 직함을 갖게 될지도 수펙스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다음달부터 SK그룹은 최태원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부사장이 그룹경영을 책임질 경우 나타날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에
대해 SK 관계자들은 그동안 SK가 각 계열사별로 책임경영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별 충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열사별로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다른 그룹에 비해 적은 만큼 그룹총수가
바뀐다고 해서 그룹계열사들이 커다란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SK 관계자들은 고 최회장이 평소 얘기한 "SK는 오너와 전문경영인
이 파트너를 형성해 함께 가야한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최태원 경영체제에 대한 전문경영인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손길승 SK텔레콤 부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들의 역할 역시
비중이 커졌다고 볼수 있다.

최태원 경영체제가 구축되면 사촌인 최정원 SK케미칼 부회장, 최신원
SK유통 부회장, 최창원 SK상사 상무와 동생인 최재원 SKC 상무의 역할과
비중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최회장이 평소 "나는 아들이 5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들 2세들에게
모두 경영수업을 시켰기 때문이다.

계열사의 소유구조에 대해서는 당분간 커다란 변화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게 SK 관계자들의 얘기다.

당장 지분변동은 있을수 없으며 분할구도도 생각할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2세들이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2세들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것.

다만 그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SK 고위관계자는 "5명의 2세들이 한달에 모여 우의를 나누고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며 "그룹분할을 둘러싸고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간 우의를 자랑스런 가풍으로 삼고 있다는게 고 최회장 집안이라는
것이다.

< 최완수 기자 wan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