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아시아계 은행들이 잇따라 미국인 손에 넘어가고 있다.

경제위기로 유동성이 악화되자 아시아계 은행 소유주들이 현금화하기
쉬운 미국 현지법인들을 차례로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금융계 구조조정이 한창인 일본과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계 은행들이
팔자 주문을 내고 있다.

사들이는 쪽은 미국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다소 경영사정이 좋은
대만 금융인들도 상당수 끼어 있어 다른 아시아 은행들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지는 최근호에서 올들어서만도 5개의 아시아계
은행이 미국인에게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금융그룹인 GT그룹은 지난 5월 2억5천만달러에 미국
현지법인인 이스트웨스트은행의 지분을 미국내의 1백50여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이스트웨스트은행은 자산가치가 약 18억달러로 미국내 화교계 금융기관중
가장 큰 곳이었다.

일본 스미토모은행도 캘리포니아에 있던 자회사
스미토모뱅크오브캘리포니아를 유타주에 있는 시온은행에 5억5천6백만달러를
받고 팔았다.

매각 대금은 당시 예상시세의 30%에 못미치는 낮은 가격이어서 금융계를
놀라게 할 정도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만큼 일본은행들이 부실채권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라고 풀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재벌인 살림그룹도 지난 3월 유나이티드 커머셜뱅크를
1억2천만달러에 넘겼다.

라하르자 패밀리도 6백만달러에 캘리포니아시큐리티뱅크를 미국은행에
팔았다.

한국의 한일은행도 퍼스트스테이트뱅크오브서던캘리포니아를 2천만달러에
푸에르토리코파퓰러은행에게 매각했다.

이외에도 현재 10여건의 거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중에는 특히 일본계 은행이 많아 일본 은행들의 경영난을 실감케 하고
있다.

도쿄-미쓰비시 은행이 8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유니언뱅크오브캘리포니아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으며 산와은행 계열인 산와뱅크오브캘리포니아도 매각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이같은 매각설에 대해 일본 본사들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업계에서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일본 은행들의 구조조정
방안이 이들 법인의 매각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의 상업은행이 뉴욕지점을 매각하기 위해 내놓았으며
인도네시아와 태국계 은행들이 상당수 현지 지점과 법인을 팔기위해
활발한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아시아 금융기관들이 이렇게 "팔기"에 정신을 쏟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만 금융인들은 "헌팅"에 나서고 있다.

주로 화교계 중소 은행및 금융기관이 매집 대상이다.

차이나트러스트은행과 뱅크시노팩이 올해를 전후로 1억달러 미만의
현지 업체를 각각 1개씩 사들였다.

역시 일부 대만업체가 화교계인 제너럴뱅크오브로스앤젤레스 입찰에
참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은행연합회의 롭 애반스 회장은 "개중에는 매각대상이
아닌데도 아시아계 은행들의 매각붐이 일면서 매각설이 돌아 경영이
흔들거리는 업체도 있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