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협력센터 4103호.
문에는 (주)일류기술이란 간판이 달랑 걸려 있다.
내부공간은 30평 남짓.
대여섯명이 컴퓨터와 실험기구앞에서 연구에 푹 빠져 있어 사람이 들어서는
것도 모를 정도다.
얼핏 일반 대학원 연구실같아 보이지만 이 방은 폐수처리소재나 무항생제
가축사육기술 노화방지제 등 환경 및 생명공학 기술을 상품화해 나가는
첨단 벤처기업의 ''본사''다.
지난해 2월 창업한 이래 올초 초절전형 오존발생기와 무항생제사육기술 등을
잇따라 개발, 국내 시판은 물론 일본에도 수출을 추진중이다.
특히 일류기술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환경호르몬 관련 제품은 상당히
밝은 전망을 던지고 있다.
2000년대초의 예상 시장규모만도 연간 수억달러.
이 가운데 세계 무항생제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것이 바로 남승엽 일류기술
사장의 포부다.
지금 대전.충남권에는 제2, 제3의 "일류기술"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벤처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고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대덕연구단지라는 국내 최대의 "싱크탱크"에다 KAIST 충남대 한남대
등 벤처마인드가 충실한 대학이 즐비한터에 최근에는 대전청사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를 더 띄워 놓았다.
"중앙정부"가 "후원자"를 자처하며 내려온 것이다.
외청이지만 "지원수단"이 있는 알짜배기 청이 많다.
중소기업청은 물론 특허청 조달청 관세청까지 벤처기업의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다.
추준석 중기청장은 대전.충남권 지역의 벤처기업 특화육성을 강조하고
있고 강정훈 조달청장도 지역벤처기업 제품의 우선구매를 약속하고 있다.
이 지역의 벤처토양은 탄탄하다.
첫째 우수인력이 넘쳐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엔 56개 연구기관에 1만5천여명의 연구인력이 포진해 있다.
박사학위 소지자만도 3천8백37명(97년말 기준)에 달한다.
또 KAIST 충남대 등 7개 대학에선 연간 7천3백여명의 이공계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산.학.연 팀워크를 맞추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다.
둘째 물류와 판로가 물흐르듯 유연하다.
경부고속도로 신탄진IC나 호남고속도로 엑스포IC가 불과 5Km 거리에 있다.
오는 2002년께 모습을 드러낼 경부고속철도 대전역이 10Km안에 포진하고
있다.
서울과 대덕연구단지를 연결하는 초고속정보통신망도 "정보물류"의 물꼬를
터줄 예정.
또 오창과 전주과학산업단지 아산테크노컴프렉스 등의 중심에 있어 이곳에서
둥지를 틀 벤처기업은 판로와 기술교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셋째 지역내 벤처창업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미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각종 첨단실험설비를 활용, 창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KAIST의 신기술창업보육센터에는 29개 기업이, 호서대 신기술보육센터엔
18개 기업이 한국판 마이크로소프트를 노리고 있다.
또 빈 강의실에 5개의 벤처기업을 입주시킨 충남대에도 지상 7층규모의
창업빌딩이 들어서 벤처기업들의 왕성한 기업활동을 지원할 채비다.
62명의 투자가로 구성된 "대덕엔젤클럽"은 자금 젖줄을 자임하고 있다.
게다가 표준과학연구원이 "연구원 창업지원규정"을 만들어 연구원들의
창업을 독려하고 있는 등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연구원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이퍼정보통신 원다레이저 다림시스템 바이오니아 아펙스 등이 앞서가는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정부가 "1실험실 1창업 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것도 실은 대전권을
염두에 뒀다는 후문이다.
실험실을 공장으로 간주, 공장등록증을 내주면서 교수나 연구원들에게는
스톡옵션을 제공한다는게 이 운동의 골자.
이와 함께 신탄진지역 대전과학산업단지에 1만5천여평규모의 벤처기업
전용단지가 조성되고 엑스포과학공원내 1만여평에도 벤처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원다레이저 원종욱 사장은 "대전만큼 벤처기업 단지로서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곳은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다"며 "문제는 알토란같은 벤처기업을
어떻게 육성하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벤처캐피털"의 부족.
미 실리콘밸리에는 벤처기업의 젖줄인 벤처캐피털이 두껍게 지원부대로
포진하고 있지만 대전/충남권은 이에 훨씬 못미친다.
또 생산전문공장이 따로 없어 적기에 생산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보완해야 할 사항이다.
< 대전= 남궁덕 기자 nkduk@ 이계주 leeru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