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파업이 무슨 독립운동입니까"

노사타협안이 한창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23일
밤, 한 독자는 전화를 받는 기자에게 소리부터 질렀다.

그는 "현대자동차 노조원들 자기들 살기 위해 파업하는 것이지 나라살리기
위해 파업하는 것이냐"며 "정부는 왜 범죄자들과 한 테이블에서 협상을
벌이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 순간에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회사의 부도로 위로금은 커녕 퇴직금도 제대로 못받고 일자리를
떠나고 있다"는 항변도 덧붙였다.

사실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은 우리나라 생산직 근로자들 가운데서는 상위권
에 있다.

임금과 복지수준에서 볼 때 그렇다.

그들은 이번 협상타결로 많은 것을 얻어냈다.

상당수가 정리해고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이 다른 회사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없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노사협상장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파국을 막기위해" "더 큰 불상사가 우려되니까"라는 이유를 들어 불법
파업까지 방치하는 정부.

일반 시민들은 그러한 정부가 정도를 걷고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20%를 희생해서 80%를 살리자는 현 정부 출범 당시의 슬로건과도 거리가
멀다.

법과 원칙이 힘과 현실논리에 밀리는 것은 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아니다.

김광현 < 사회1부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