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이냐 진정이냐"

새로운 한주일을 맞는 전세계 금융계가 초조한 심정으로 모스크바와
워싱턴을 주시하고 있다.

24일 러시아가 발표할 국채 구조조정방안과 미국의 금리조정 여부가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안정 여부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국제금융시장의 모습은 한마디로 "안전지대가 없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거의 전세계 주가가 동반 추락했고 여기저기서 외자이탈, 통화가치 급락
현상이 나타났다.

유일하게 미국시장, 그 중에도 국채(TB)가격만 강세를 보였다.

미국채가 초강세를 보였다는 것은 엔화 마르크화의 반사적인 추락을 의미
한다는 데서 금융위기의 확대재생산을 의미한다.

사실 지난 17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직후만 해도 국제금융시장은
예상외로 안정을 유지해 "찻잔속 태풍"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는 성급한 낙관이었다.

러시아 사태는 2,3일의 시차를 두고 지난주말 국제금융시장에 제2의 충격파
로 덮쳐 왔다.

가장 큰 희생자는 중남미였다.

중남미 주가는 지난 한주 동안에만 브라질 27%, 베네수엘라 22%,
아르헨티나 16%, 칠레 10%, 멕시코 5.3% 등 일제히 폭락해 버렸다.

주가만 주저앉은게 아니라 외자 탈출현상도 재연됐다.

이에따라 멕시코 페소화가 5.5%나 급락,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의 평가절하설이 난무하는 등 통화가치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남미시장의 혼란은 대서양을 건너 유럽시장에도 충격을 안겼다.

지난 주말 독일 주가는 6%가까이 폭락했고 영국과 프랑스의 주가도 3%이상
빠졌다.

주초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일본 엔화도 주말에는 전날보다 달러당 3엔이나
낮은 1백45엔선으로 하락, 순식간에 "원위치"로 돌아갔다.

러시아 충격파의 이같은 도미노 현상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선진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자금이동이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큰 손실을 입게된 대형 투자은행들이 자금운용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개도국시장 전체에 걸쳐 주가폭락과 외자이탈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아시아 환란의 초기에도 나타났었다.

당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급락하자 며칠후 브라질 주식시장이 폭락
했는데 그 이유가 이번처럼 서방은행들이 자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 때문
이었다.

그러면 앞으로의 국제금융시장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역시 4백억달러에 이르는 러시아의 국채 구조조정 방안이
가장 큰 변수다.

만일 러시아가 서방 채권은행들이 안도할 만한 방안을 내놓는다면 사태
수습의 가닥이 잡힐 수 있다.

그 반대라면 국제 금융시장에는 중대한 연쇄파장이 예상된다.

이와함께 미국의 금리조정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미 공개시장위원회(FMOC)는 최근 회의에서 현행 금리를 유지키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 재무부가 발행한 30년 만기 채권수익률이 5.39%로
하락, 연방기금금리(연 5.5%)보다도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금리인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와관련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국제금융시장의 자본이 미국에 집중
되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서도 미국은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
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