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은 지난해말 당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한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때마다 고개를 쳐들며 대기업들을
압박해왔다.
그동안 "시장경제원리에 위배된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등등 논쟁도
심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김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과의 오찬회동과 이후 두 차례
정.재계 간담회를 통해 빅딜은 구조조정의 핵심도구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빅딜은 "비즈니스 스왑"(business swap)을 뜻하는 한국식 영어다.
기업체끼리 계열사나 사업을 맞바꾸는 것이다.
빅딜의 논리는 외자유치나 해외매각 등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국내 기업끼리도 특정기업이나 사업부문을 주고받아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자금 여력이 없는 만큼 서로 남고 부족한 것을 교환하자는 것이다.
중요산업이 공급과잉의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고만고만한 생산능력으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만큼
특정 기업에 능력을 몰아주자는 구상이다.
생각대로 되기만 하면 빅딜만큼 이상적인 구조조정 방안도 드물다.
하지만 기업의 현실을 생각할 때 빅딜이 만능인 것은 아니다.
우선 빅딜을 통해 실업자가 크게 늘어날지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은 정부도 간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던 2개 전자업체가 합한다고 하자.
당장 문제되는 것은 중복 인력이다.
해당업체가 통합의 장점을 살리려면 이 인력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빅딜을 한 이유가 없어진다.
이 경우 상당수의 인력이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실업자의 양산은 불가피
해진다.
또 일부 업종의 경우는 독과점이 발생해 국내외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5공 시절 중화학투자조정처럼 승복않는 해당업체들의 반발로 두고두고
송사를 빚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빅딜이 실제로 이달말,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는 현실화된다는
점이다.
2~3건의 빅딜이 성사될 경우 도미노반응을 일으켜 기업 구조조정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빅딜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문자 그대로 "큰 거래(big deal)"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