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투신상품은 실적배당 상품인데다 예금자 보호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한남투신 고객들은 맡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
이다. 그런데도 한남투신 거래고객들이 금융감독위원회에 원금을 보장해
달라고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배경은 금융당국이 과거에 신세기투신의 고객
이나 5개 퇴출은행의 신탁상품 보유자들에게 원금을 보장해준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5개은행을 퇴출시킬 때에도 우리는 은행신탁 투신사수익증권 등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해 정부가 원금을 보장해줄
능력이 없으며 나중에 누구는 보장해 주고 누구는 안해 준다면 형평성시비가
커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신탁상품의 원금보장에 반대했다. 원금보장을
강행할 경우 부실금융기관이 살아남기 위해 고금리상품을 남발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부채질하게 되고 예금자 보호법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예금자
스스로가 책임지는 시장자율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은
신탁계정의 자금인출 사태만 걱정해 원금보장을 해주더니 두달도 안돼 우려
하던 일이 터진 셈이다.
금감위는 한남투신 인수를 교섭중인 대한투신에 대해 투자신탁안정기금의
여유자금 5천억원을 연 8%로 빌려주고 원리금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증권
금융이 무기명채권을 발행해 마련하는 자금 2조원을 연 6.5~7%의 금리로
5년간 대출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보유 신탁자산중 거평그룹 채권 등 부실
채권에 대해서는 담보권을 행사하고 전.현직 최고경영진 및 대주주들에게
부실경영에 따른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부실자산을 보전할 계획
이라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금감위측은 한남투신 문제로 환매사태가 지속될 경우 투신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처하기 때문에 이같은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는
어떻게 넘긴다 해도 앞으로 제2,제3의 한남투신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도
이번처럼 금융당국이 나서서 부실금융기관의 고객원금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언제까지 그래야 하며 그럴 능력이 있느냐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보면 부실한 한남투신을 대한투신에 떠넘기는 일이야말로
오히려 투신업계의 부실을 확산,심화시켜 신뢰도를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적배당형 금융상품의 원금보장 시비가
5개 퇴출은행의 신탁상품이나 한남투신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당면과제인 금융산업 구조조정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이번 기회에
확실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번에도 또다시 우선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금융당국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