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및 아시아자동차 국제공개입찰은 막판에 GM이 응찰을 포기해 팽팽한
4파전으로 펼쳐지게 됐다.

GM을 포함해 5사가 응찰했으면 현대 삼성 포드등 3사가 다소 유리한 입장일
것이라는 분석이었으나 GM이 응찰을 포기하자 대우가 GM과 협력을 약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면서 벌써부터 긴장감이 돌고 있다.

게다가 모두 단독응찰이다.

삼성이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완성차메이커가 빠진 국내외기업과
계열사다.

포드가 마쓰다 이토추와 함께 들어왔지만 마쓰다는 제 집안 식구이고
기존 주주이던 이토추는 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선단독응찰-후컨소시엄 전략"을 밝히고 있다.

우선 낙찰을 받은 다음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짜겠다는 계산이다.

탈락한 뒤 낙찰업체의 컨소시엄에 들어가려면 불리한 협상을 벌여야
하는건 당연하다.

응찰가가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것은 모든 업체의 각오가 만만치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가장 궁금해진 것은 대우와 GM의 협력가능성이다.

대우는 GM과 포괄적 전략제휴 협상을 추진해온 만큼 기아 인수도
이 안건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합의를 했다면 대우는 응찰금액을 과감하게 써냈을 것이다.

GM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진 않았어도 낙찰후를 겨냥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나설 수 있다.

물론 다른 업체라고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삼성은 이날 라면박스 11개 분량의 서류를 제출했을 정도로 철저한
준비작업을 폈다.

이날 서류를 들고온 삼성자동차 윤정호 상무는 "낙찰받지 못할 입찰에
서류를 내겠느냐"며 자신감을 표했다.

삼성이 기아 입찰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응찰가를 확실하게
써냈다는 표시다.

지금은 삼성정밀화학이 된 한비 입찰에 뛰어들었을 때 낙찰예정가
1천3백억원보다 무려 1천억원 많은 2천3백억원을 써내 탈락업체들을
멀찌감치 밀어내버린 예가 있다.

인수하겠다고 맘만 먹으면 탈락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을
써내는게 삼성의 전략이다.

삼성은 기아를 인수하지 못하면 자동차사업을 포기해야하는 위기에
몰려있다.

대기업 구조조정에 삼성자동차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5대 그룹간 사업구조조정을 논의하는 전경련 태스크포스는 기아 입찰
결과를 본뒤 자동차산업도 빅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삼성이 떨어지면 당연히 포함된다.

배수진을 쳤으니 낙찰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포드도 유력하다.

기아의 대주주인 포드는 곧 90%의 감자를 당하게 된다.

게다가 기아를 다른 업체에 빼앗기면 반드시 사들여가야하는 소형승용차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성만큼 기아가 필요한데가 포드다.

포드는 그러나 무턱대고 응찰가를 높이 써내지는 않은 것 같다.

기아가 아무리 필요해도 엄청난 부채에 응찰가까지 높여 써낸다는 것은
포드 경영관행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찰가에서는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나머지 평가부문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삼성과 포드의 제휴 가능성이다.

알려진 대로 삼성과 포드는 입찰서류 마감일까지 컨소시엄 구성 협상을
벌였다.

결과는 단독응찰로 나왔지만 응찰가에 강한 삼성과 나머지 배점에 강한
포드 가운데 한 곳이 낙찰을 받을 경우 컨소시엄을 해보자는 약속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도 만만치 않다.

현대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응찰가에 좌우될 것"이라며 "현대도 적정가를
써냈다"고 말했다.

적정가라는 표현은 안정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의 전략은 낙찰이 가능하도록 응찰가를 써내지만 무리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것.

삼성이 그 이상을 써내 낙찰되더라도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하겠다는 선이 "적정선"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배점에서 삼성보다 유리한 점수를 따낼 수 있어 낙찰이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현대도 낙찰을 받으면 다른 회사와 제휴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