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는 1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금융산업위기와
정보통신산업"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19일까지 이틀간 계속되는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활동중인 경제학자
5백여명이 참가,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진로를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

기조연설 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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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 전경련 회장 >

우리는 실리중심의 냉혹한 국제사회 흐름에 대처해야 하는 중압감 속에서
내부적으로는 국가적 경제위기라는 버거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국제경쟁력을 강화
하기 위한 내부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와관련, 재계는 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준의
대기업 빅딜(사업교환)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빅딜은 한차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말까지 2~3차에 걸쳐 기반산업
전반에서 일어날 것이다.

현재 전경련이 중심이 돼 빅딜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조정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중이다.

우리는 구미 각국이 2백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 과정을 단 20~30년동안
압축해 실현해 오는 고속성장의 과정에서 1조달러에 이르는 훌륭한 생산
시설과 사회간접자본을 갖추었다.

만약 이 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해 나간다면 1조달러어치의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이러한 제조기반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생산설비들은 평균 60%밖에 안되는 저조한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열화된 중소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우수한 생산설비들이 일부 채권자들에 의해 구입가격의 반도 안되는 헐값에
해외로 매각되고 있다.

비싼 외화를 들여 구입한 최신설비들이 이렇게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생산기반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일어서려할 때에는 외채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내수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있는 상태인 만큼 수출확대를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가올 21세기의 선진국은 적어도 세 가지의 조건을 갖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제조업이 강해야 한다.

둘째 무역수지의 흑자를 유지하고 셋째 자국의 통화가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삼아온 우리의 입장에서 강한 제조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조업을 확충, 무역수지 흑자의 구조적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핵심부분이 금융
이다.

그동안 우리는 관치금융의 한계 속에서 금융부문의 경쟁력이 대단히 취약한
상태를 보여 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보고서에 따르면 97년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은 46개국중 26위를 기록한 반면, 금융경쟁력은 43위로 나타났다.

이 기록은 우리보다 먼저 외환위기에 직면한 태국(29위)과 인도네시아
(39위) 보다도 낮은 수치다.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해서는 국내 금융여건의 개선을 통한 정상적인 금융
기능의 복원이 시급하다.

현재 고금리의 지속으로 우량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원활치 못한 무역 금융은 수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의 경쟁력은 모든 산업경쟁력의 근원이 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현재의 금융위기 극복과 함께 우리의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차입금리를 낮추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IMF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런던은행간 금리인 리보금리에 차입이 가능
했지만 1% 수준인 수수료까지 합하면 전체 금리수준에서 무려 6%포인트가
상승한 상태다.

이런 금리수준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 수출원가에서 차지하는 금융비용
부담이 일본에 비해 약 3.5배에 달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에 비해서도 두배 이상 되는 매우 과중한
상태에 있다.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매출액 대비 1% 이익도 남기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경쟁력 자체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내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입금리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
해야 한다.

국제차입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외채를 갚아 국가신용도를
높여 나가는 길 밖에 없다.

흔히 우리 외채를 1천5백억달러로 얘기하지만 순외채는 약 5백50억달러다.

이 돈을 빠른 시일내에 상환해야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외채
이자를 경감할 수 있고 대외신인도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연초 전경련을 통해 올해와 내년에 각각 5백억달러씩 경상
수지 흑자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이렇게 해야만 순부채에 해당하는 5백50억달러를 상환할 능력이 생긴다.

또 현재의 외환보유고도 1천억달러 수준까지 늘려놓을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의 변화와 경쟁력 등을 감안해 볼 때 현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와 헌신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앞으로 20여년 동안은 새로운 국제경쟁 요소로 금융부문이 더욱 중요
하게 부각될 것인 만큼 국제금융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방안이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다.

< 정리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