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8일 오전 5시부터 1백20개중대 1만5천여 병력과 페퍼포그 등
진압차량을 동원, 현대자동차 본관 정문 등 출입구 8곳을 에워싸자 노조가
처음으로 조직적인 대응을 보이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노조는 이날 처음으로 쇠파이프를 든 노조원 2천여명을 동원, 본관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본관 광장에 노조원을 정렬시키는 등 군대와 같은
조직적인 대응을 보이자 경찰도 당황하는 눈치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병력동원은 실제상황이 아닌 진압기동훈련의
일환인데다 사내 텐트농성중인 노조원수가 어느 정도인지 또는 상황숙지를
위한 것"이라며 "노조원들의 대응이 조직적이어서 경찰의 대응방안도
변화돼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와 경찰간 정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상황이 벌어지자 가족대책위원회
소속 주부와 아이들 3백여명도 정문 앞에 집결, 공권력 투입에 극력 항의하는
한편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갑자기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정문 앞에서 집결한 가족들과
노조원들은 정리해고와 공권력 투입철회를 계속 외치면서 1시간여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일단정문 앞에서 경찰이 철수하자 노조도 1공장과 노조
사무실, 가족텐트로 모두 철수했다.

가족대책위 이영자 대표는 "아이들과 임신한 주부들이 지내고 있는 이곳에
경찰을 투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경찰이 들어와도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통제가 이뤄진 가운데 회사 인근 육교와 건물 옥상 등에서는
노조와 경찰의 대치상황을 구경하는 인근 양정동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민주노총 추대로 당선된 조승수 울산북구청장을 비롯한 영남지역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인사 20여명은 18일 "현대자동차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사회의 총체적인 개혁을 열망하는
노동자와 서민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현대자동차 본관 정문 면회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권력을 동원한 현대자동차 사태해결은 노사정간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낳게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또 "노조는 인내와 타협을 통하여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회사는 "명분용 정리해고"만 고집할 게 아니라 현고용을
유지하는 선에서 노조와 성실한 협상을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울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