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종합점검] 릴레이 대담 (1) 이규성 <재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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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건국을 선언하고 새롭게 출발한 "한국경제호"의 앞엔 난관 투성이다.
밖에선 일본 엔화급락, 중국 위안화 절하 압력 등의 파고가 일고 안으론
구조조정의 고통에 엄청난 홍수까지 겹쳐 그나마 허약한 경제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위기 속의 "한국경제호"를 이끌고 있는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잇따라 인터뷰해 그들의 난관극복 해법을 들어
보기로 했다.
그 첫번째 순서로 이 재경장관을 본사 박영균 경제부장이 과천정부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
- 재경부 장관에 취임하신지 벌써 6개월이 다 돼가지요.
그동안 경제가 참 어려웠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은 언제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되살아날까인데요.
<> 이 장관 =요즘들어 안팎의 여건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긴 하지만
9월말까지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완료되면 조금 나아질 걸로 봅니다.
신용경색도 완화되고 2차 추경예산으로 경기도 다소 풀릴 것으로 생각
합니다.
따라서 다음달이 아마 가장 어려울 거예요.
- 올해 경제성장률은 얼마로 전망하십니까.
<> 이 장관 =지금 국회에 가 있는 2차 추경예산만 제대로 집행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수준인 마이너스 4%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수해까지 겹쳐 추경예산 집행이 늦어지면 더 떨어질 수도 있어요.
정부로선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내년엔 경제가 적어도 2%정도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같은 곳에선 마이너스 0.8%까지도 보던데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수해 때문에 추가로 경기진작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 이 장관 =추가적인 부양책보다는 이미 마련된 정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추진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 이번 수해때문에 거시지표를 조정해야할 필요는 없겠습니까.
<> 이 장관 =홍수로 산업시설들이 피해를 입어 생산이 줄면 국내총생산
(GDP)도 낮아지지만 반면 그것을 복구하는 사업 때문엔 GDP가 높아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피해시설을 빨리 복구하느냐에 달렸지요.
아직까지는 거시경제지표 전망치를 수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 수해뿐 아니라 외부의 여건이 너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 경제가 극히 불투명하고 중국의 위안화 절하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동남아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고요.
<> 이 장관 =사실 그렇습니다.
이러다간 아시아 경제권 전체가 저성장 쪽으로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걱정들도 합니다.
정부로선 주변국가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외부충격에 대한 안전판 격인 외환보유고는 얼마나 더 쌓을 계획인가요.
<> 이 장관 =현재 가용외환보유고는 이미 4백억달러에 달했습니다.
IMF와 합의한 목표치(연말 4백10억달러)와 해외여건 변화를 고려해 필요한
외환보유고를 적기에 확보해 나갈 겁니다.
-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이 장관 =중국 정부 발표를 보면 금년중 절하하겠다는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던데요.
- 유럽의 통화통합처럼 아시아권 국가들도 외환위기 방어를 위해 통화블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 이 장관 =아시아에선 단일 통화 등 통화블록을 만드는게 굉장히 힘들
겁니다.
통화블록을 만들려면 지역국가들의 경제조건이 기본적으로 비슷해야 합니다.
한데 아시아는 나라간 경제격차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 올초부터 정부는 IMF의 요구에 따라 고금리-고환율 정책을 쓰다가
최근들어 저금리-저환율 정책으로 선회했습니다.
하지만 금리나 환율하락세가 너무 급격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합니다만.
<> 이 장관 =금리 하향세가 너무 급하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인위적인 고금리 정책으로 기업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습니까.
지금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바탕으로 금리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환율의 경우 시장의 외화수급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니 뭐라 얘기하기
어렵구요.
- 장관께선 오는 9월까지는 구조조정을 일단락 짓겠다고 여러차례 강조
하셨습니다.
한데 구조조정의 시한을 그렇게 정해 놓으면 부작용도 있지 않겠습니까.
<> 이 장관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경제가 기술수준이나 외환보유고 등 전반적인 "힘"이 강하다면 구조
조정을 조금 순차적으로 해나가도 될 겁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 형편이 어디 그렇습니까.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황을 오래 견디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정부는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구조조정을 끝내는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겁니다.
- 구조조정을 외과수술에 비유한다면 수술전에 환자의 기력을 어느정도
회복시키듯이 경제에도 그런 조치를 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얘기들도 합니다.
<> 이 장관 =물론 그렇습니다.
정부가 추경예산으로 실업대책비를 늘리고 신용보증기금이나 수출보험
등을 확충하려는 것도 모두 그런 차원입니다.
그렇더라도 구조조정이란게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지요.
위기를 이겨낸 외국의 어느나라도 이정도 고통을 안겪은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좀더 인내해야 합니다.
- 그간의 경제 구조조정에 대해선 만족하십니까.
<> 이 장관 =만족한다기 보다는 계획대론 됐다고 평가합니다.
- 지난 3개월동안 계속 수출이 감소하면서 이러다가는 구조조정이 끝난
뒤에도 경제가 회생하지 못하는게 아니냐는 걱정들도 합니다.
<> 이 장관 =그런 우려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대외여건이 워낙 나쁘게 돌아가서요.
하지만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믿습니다.
우리에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과거의 어려움을 이겨낸 지혜가 있지
않습니까.
박세리 선수도 마지막 18홀에서 잘 해내잖아요.
- 수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각종 금융지원 대책은 발표하지만 실제
은행창구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이 장관 =최근 반월공단 등 현장을 방문해 보니 실제로 그렇더군요.
해결책은 금융기관의 간부들이 좀더 관심을 갖고 현장을 독려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재경부도 금융기관 임원회의 등을 소집해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 재경부 장관이 지시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 은행장이 있습니까.
<> 이 장관 =지시한 게 아니라 요청한 겁니다.
과거와는 달라요.
또 그게 정부와 금융기관간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 금융기관 구조조정으로 얘기를 돌려보지요.
오는 11월15일까지 매각하기로 한 제일과 서울은행은 잘 팔릴 것으로
보십니까.
<> 이 장관 =이번에 꼭 팔린다고 확실히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사가 노력중이니 잘 될 걸로 기대합니다.
- 만약 이번 입찰에서 팔리지 않으면 추가대책은 무엇입니까.
<> 이 장관 =사실 아직 확실한 복안을 마련하진 못했습니다.
- 시중은행들에 비해 산업 수출입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구조정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 이 장관 =꼭 그렇진 않습니다.
국책은행들도 나름대로 인원과 조직축소를 단행했습니다.
시기적으론 앞서 오히려 시중은행들의 구조조정을 선도한 측면도 있지요.
정부가 국책은행이라고 구조조정의 고삐를 덜 죈 것은 아닙니다.
- 기업구조조정에선 5대그룹에 빅딜, 즉 대규모 사업교환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 이 장관 =이달말까지 재계에서 빅딜을 포함한 전반적인 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그걸 기다리고 있는 중이예요.
- 빅딜 같은게 잘 이루어질 걸로 보십니까.
<> 이 장관 =사실 대그룹들이 스스로 자기 기업을 잘라내는게 어디
쉽겠습니까.
개별적으론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대그룹들중엔 사원 분사제 등을 통해 계열사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어쨌든 총수들이 대승적 견지에서 큰 결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합니다.
- 그동안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었다고 생각
하십니까.
<> 이 장관 =자기들 입장에 너무 집착하는 게 제일 큰 어려움이지요.
경영자 입장에선 구조조정을 근로자만 해고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용조정이 구조조정의 중요한 수단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또 근로자들은 구조조정이 잘되면 지금보다 훨씬 튼튼한 일자리 보장
되는데도 현재의 자리보존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어요.
- 장관이 정책판단에 대해서 어느 선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 장관 =공직자는 자기 일에 책임을 져야 할때 정치적 행정적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그런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재경부 장관으로서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점이나
주시겠습니까.
<> 이 장관 =제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고민 없이 정책을 결정한 적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능력이 모자라면 모자라서 안됐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어요.
어떨땐 새벽 1-2시까지 회의를 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건강에도 신경 쓰셔야 겠습니다.
<> 이 장관 =재경부 장관이 되고 나서 체중이 3kg이나 늘었어요.
운동은 못하고 스트레스로 막 먹다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구요.
이젠 제 몸도 워크아웃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정리=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
밖에선 일본 엔화급락, 중국 위안화 절하 압력 등의 파고가 일고 안으론
구조조정의 고통에 엄청난 홍수까지 겹쳐 그나마 허약한 경제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위기 속의 "한국경제호"를 이끌고 있는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잇따라 인터뷰해 그들의 난관극복 해법을 들어
보기로 했다.
그 첫번째 순서로 이 재경장관을 본사 박영균 경제부장이 과천정부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
- 재경부 장관에 취임하신지 벌써 6개월이 다 돼가지요.
그동안 경제가 참 어려웠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은 언제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되살아날까인데요.
<> 이 장관 =요즘들어 안팎의 여건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긴 하지만
9월말까지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완료되면 조금 나아질 걸로 봅니다.
신용경색도 완화되고 2차 추경예산으로 경기도 다소 풀릴 것으로 생각
합니다.
따라서 다음달이 아마 가장 어려울 거예요.
- 올해 경제성장률은 얼마로 전망하십니까.
<> 이 장관 =지금 국회에 가 있는 2차 추경예산만 제대로 집행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수준인 마이너스 4%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수해까지 겹쳐 추경예산 집행이 늦어지면 더 떨어질 수도 있어요.
정부로선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내년엔 경제가 적어도 2%정도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같은 곳에선 마이너스 0.8%까지도 보던데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수해 때문에 추가로 경기진작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 이 장관 =추가적인 부양책보다는 이미 마련된 정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추진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 이번 수해때문에 거시지표를 조정해야할 필요는 없겠습니까.
<> 이 장관 =홍수로 산업시설들이 피해를 입어 생산이 줄면 국내총생산
(GDP)도 낮아지지만 반면 그것을 복구하는 사업 때문엔 GDP가 높아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피해시설을 빨리 복구하느냐에 달렸지요.
아직까지는 거시경제지표 전망치를 수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 수해뿐 아니라 외부의 여건이 너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 경제가 극히 불투명하고 중국의 위안화 절하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동남아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고요.
<> 이 장관 =사실 그렇습니다.
이러다간 아시아 경제권 전체가 저성장 쪽으로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걱정들도 합니다.
정부로선 주변국가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외부충격에 대한 안전판 격인 외환보유고는 얼마나 더 쌓을 계획인가요.
<> 이 장관 =현재 가용외환보유고는 이미 4백억달러에 달했습니다.
IMF와 합의한 목표치(연말 4백10억달러)와 해외여건 변화를 고려해 필요한
외환보유고를 적기에 확보해 나갈 겁니다.
-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이 장관 =중국 정부 발표를 보면 금년중 절하하겠다는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던데요.
- 유럽의 통화통합처럼 아시아권 국가들도 외환위기 방어를 위해 통화블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 이 장관 =아시아에선 단일 통화 등 통화블록을 만드는게 굉장히 힘들
겁니다.
통화블록을 만들려면 지역국가들의 경제조건이 기본적으로 비슷해야 합니다.
한데 아시아는 나라간 경제격차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 올초부터 정부는 IMF의 요구에 따라 고금리-고환율 정책을 쓰다가
최근들어 저금리-저환율 정책으로 선회했습니다.
하지만 금리나 환율하락세가 너무 급격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합니다만.
<> 이 장관 =금리 하향세가 너무 급하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인위적인 고금리 정책으로 기업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습니까.
지금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바탕으로 금리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환율의 경우 시장의 외화수급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니 뭐라 얘기하기
어렵구요.
- 장관께선 오는 9월까지는 구조조정을 일단락 짓겠다고 여러차례 강조
하셨습니다.
한데 구조조정의 시한을 그렇게 정해 놓으면 부작용도 있지 않겠습니까.
<> 이 장관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경제가 기술수준이나 외환보유고 등 전반적인 "힘"이 강하다면 구조
조정을 조금 순차적으로 해나가도 될 겁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 형편이 어디 그렇습니까.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황을 오래 견디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정부는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구조조정을 끝내는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겁니다.
- 구조조정을 외과수술에 비유한다면 수술전에 환자의 기력을 어느정도
회복시키듯이 경제에도 그런 조치를 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얘기들도 합니다.
<> 이 장관 =물론 그렇습니다.
정부가 추경예산으로 실업대책비를 늘리고 신용보증기금이나 수출보험
등을 확충하려는 것도 모두 그런 차원입니다.
그렇더라도 구조조정이란게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지요.
위기를 이겨낸 외국의 어느나라도 이정도 고통을 안겪은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좀더 인내해야 합니다.
- 그간의 경제 구조조정에 대해선 만족하십니까.
<> 이 장관 =만족한다기 보다는 계획대론 됐다고 평가합니다.
- 지난 3개월동안 계속 수출이 감소하면서 이러다가는 구조조정이 끝난
뒤에도 경제가 회생하지 못하는게 아니냐는 걱정들도 합니다.
<> 이 장관 =그런 우려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대외여건이 워낙 나쁘게 돌아가서요.
하지만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믿습니다.
우리에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과거의 어려움을 이겨낸 지혜가 있지
않습니까.
박세리 선수도 마지막 18홀에서 잘 해내잖아요.
- 수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각종 금융지원 대책은 발표하지만 실제
은행창구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이 장관 =최근 반월공단 등 현장을 방문해 보니 실제로 그렇더군요.
해결책은 금융기관의 간부들이 좀더 관심을 갖고 현장을 독려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재경부도 금융기관 임원회의 등을 소집해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 재경부 장관이 지시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 은행장이 있습니까.
<> 이 장관 =지시한 게 아니라 요청한 겁니다.
과거와는 달라요.
또 그게 정부와 금융기관간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 금융기관 구조조정으로 얘기를 돌려보지요.
오는 11월15일까지 매각하기로 한 제일과 서울은행은 잘 팔릴 것으로
보십니까.
<> 이 장관 =이번에 꼭 팔린다고 확실히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사가 노력중이니 잘 될 걸로 기대합니다.
- 만약 이번 입찰에서 팔리지 않으면 추가대책은 무엇입니까.
<> 이 장관 =사실 아직 확실한 복안을 마련하진 못했습니다.
- 시중은행들에 비해 산업 수출입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구조정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 이 장관 =꼭 그렇진 않습니다.
국책은행들도 나름대로 인원과 조직축소를 단행했습니다.
시기적으론 앞서 오히려 시중은행들의 구조조정을 선도한 측면도 있지요.
정부가 국책은행이라고 구조조정의 고삐를 덜 죈 것은 아닙니다.
- 기업구조조정에선 5대그룹에 빅딜, 즉 대규모 사업교환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 이 장관 =이달말까지 재계에서 빅딜을 포함한 전반적인 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그걸 기다리고 있는 중이예요.
- 빅딜 같은게 잘 이루어질 걸로 보십니까.
<> 이 장관 =사실 대그룹들이 스스로 자기 기업을 잘라내는게 어디
쉽겠습니까.
개별적으론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대그룹들중엔 사원 분사제 등을 통해 계열사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어쨌든 총수들이 대승적 견지에서 큰 결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합니다.
- 그동안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었다고 생각
하십니까.
<> 이 장관 =자기들 입장에 너무 집착하는 게 제일 큰 어려움이지요.
경영자 입장에선 구조조정을 근로자만 해고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용조정이 구조조정의 중요한 수단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또 근로자들은 구조조정이 잘되면 지금보다 훨씬 튼튼한 일자리 보장
되는데도 현재의 자리보존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어요.
- 장관이 정책판단에 대해서 어느 선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 장관 =공직자는 자기 일에 책임을 져야 할때 정치적 행정적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그런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재경부 장관으로서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점이나
주시겠습니까.
<> 이 장관 =제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고민 없이 정책을 결정한 적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능력이 모자라면 모자라서 안됐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어요.
어떨땐 새벽 1-2시까지 회의를 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건강에도 신경 쓰셔야 겠습니다.
<> 이 장관 =재경부 장관이 되고 나서 체중이 3kg이나 늘었어요.
운동은 못하고 스트레스로 막 먹다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구요.
이젠 제 몸도 워크아웃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정리=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