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90일간 모라토리엄(대외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함에 따라 우리나라
가 러시아에 제공한 경제협력차관은 물론 금융기관들이 러시아 국공채에
투자한 자금 등 총 34억달러 정도의 채권 회수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중 국내 은행 종금 투신사들이 투자한 17억6천만달러의 러시아
국공채 가격이 폭락, 이들 기관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91년 경제협력 차원에서 러시아에 빌려준
은행차관 10억달러, 수출입은행의 소비재차관 4억7천만달러 등 총
14억7천만달러의 차관중 현재까지 원자재 등 현물로 되돌려 받은 금액은
2억8천2백만달러에 불과하다.

이자를 포함해 현재 미회수 금액은 13억1천만달러에 달한다.

산업은행 등 10개 은행의 차관 10억달러, 수출입은행의 소비재 차관
3억1천만달러 등이다.

이중 내년이후 러시아로부터 되돌려 받기로 돼 있는 경협차관은 원금
12억달러와 연체이자 4억달러를 포함해 총 16억달러에 달한다.

러시아가 일단 90일간의 한시적인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긴 했지만 상황에
따라선 이 차관의 상환일정도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또 국내 은행과 종금 투신 증권사 등이 고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한 러시아
국공채는 이미 가격이 절반이하로 떨어진데다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가격이
더 폭락할게 뻔해 여기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루블화 가치마저 폭락할 경우 환차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러시아사태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재빨리 투자자금을 회수한
금융기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함에 따라 경협차관을 제때
되돌려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정부로선 러시아 대사관 등을 통해
모라토리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한편 대응책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에 대한 기업들의 직접투자규모는 지난 4월말 현재 1억2천만
달러에 달한다.

러시아에 대한 투자는 지난 95년12월 국내 은행과 종금사들의 국공채
매입 등으로 시작된 이래 작년 9월말 최고 22억4천만달러에까지 달했다가
이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