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7일 기습적으로 루블화 가치를 기존의 달러당 6.3루블에서
9.5루블로 33.7%나 평가절하했다.

이와함께 루블화표시 외채에 대해서도 90일간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조치가 알려진 직후 도쿄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한때
달러당 1백46.90엔까지 폭락했으며 유럽의 증권시장도 일제히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달러당 루블화 변동 기준환율을 현행 6.3루블에서
9.5루블로 조정, 즉각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이같은 발표는 루블화 방어선을 달러당 9.5루블로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평가절하를 의미한다.

중앙은행은 이와 함께 루블화표시 단기국채(GKO)를 대체할 다른 종류의
채권을 발행키로 하는 한편,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GKO의 지불을 90일동안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러시아 정부는 이날 외환 및 증권시장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켰다.

세르게이 두비닌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루블화 평가절하가 러시아
기업 및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최근 수개월간 루블화를 공략한
환투기 세력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미하일 자도르노프 재무장관은 "평가절하가 국영기업들의 밀린 임금을
정리하고 투자를 진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휴가중이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세르게이 키리엔코 총리와
루블화 평가절하 이후의 새로운 경제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크렘린궁으로
돌아왔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