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한국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하루는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공무원에게 시달린 경험담이었다.

골프를 칠 때 타고 다니는 카트를 주차해 둘 차고를 지었더니 담당공무원이
찾아와 차고를 위한 주차장을 따로 만들지 않으면 준공검사를 내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건물을 지으면 그에 부속된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 건물은 골프카트를 비나 눈 그리고 햇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지만 주차장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골프장 주인이 황당해 한 것은 당연한 일.

"''주차장의 주차장''을 지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해도 전혀 들은 척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 뒤에 벌어진 사건(?)은 더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다.

미국공무원은 어떤 모습일까.

다를 것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술 더 뜬다는 표현이 옳다.

최근에 미국에 건너온 한 교포가 들려 준 일화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에서 타던 혼다자동차를 미국으로 탁송했다.

한국내 해당 구청에서 등록을 말소하고 이 등록말소증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한국영사관의 확인(confirmation)을 받아 자동차등기소(DMV)에 제출했다.

그랬더니 DMV공무원은 이 차가 미국 안전규정과 배기관련 규정에 맞는
것인지 확인 할 수 없으니 확인증을 받아 오라고 했다.

"이 차는 일본상표인 혼다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진 차일 뿐더러 제조 일련
번호가 있으니 쉽게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한국수출용으로
제조된 것이면 미국규정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에 수출하는 것은 아무렇게나 만들어 수출해도 된다는
얘기냐"고 물었다.

미국 공무원은 "그것은 내가 알 바 아니다"고 했다.

할 수 없어 미국 혼다 본사에 전화를 걸어 제조일련번호를 대주고 미국
규정에 맞게 제조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한 장 보내달라고 했다.

즉시 보내줬다.

이를 들고 DMV에 다시 찾아갔다.

그러나 미국공무원은 또 다른 요구를 하는 것이었다.

"제조시점에 미국규정에 맞게 제조됐어도 한국에서 개조됐을 수도 있으니
원래 상태대로인 지를 확인해오라"는 것이다.

"새 차를 개조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했더니 "그것도 내가 알 바
아니다"고 했다.

근처 혼다상에게 차를 끌고가 차가 원래 상태대로라는 점을 서류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다 됐겠지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취득세(sales tax)를 내라고 했다.

"새로 차를 산 것도 아닌데 무슨 취득세입니까. 더욱이 취득세는 이미
한국에서 냈는데 왜 또 내느냐"고 물었다.

"그걸 어떻게 확인 할 수 있느냐"는 게 공무워느이 답변이었다.

"취득세도 내지 않고 어떻게 등록을 할 수 있느냐. 한국은 세금에 관한한
더 철저한 나라다"라고 했더니 미국공무원은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했다.

생각다 못해 한국영사관을 찾아갔다.

한국에서는 "취득세를 내지 않고는 차 등록은 물론 등록말소 또한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국으로 반출하기 위해 세관검사를 받을 때도 모든 공과금
납부사실이 확인돼야 하기 때문에 신청인이 취득세를 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라는 요지의 설명서를 한 장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 서류를 디밀고 나서야 등록증을 교부받을 수 있었다.

무려 6번의 왕래 이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공무원들은 책임질 일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의 범위를 원천적으로 줄이지 않는한 이같은 딜레마는
계속된다.

작은정부란 공무원이 하는 일을 줄이자는 것이다.

작은정부, 시장경제, 규제완화, 공무원 수 반으로 줄이기는 사실상 동의어다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예산을 줄여 이를 실천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공무원사회의 암적 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