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이 은행을 빠져나와 투신사로 흘러들어가면서 은행과 투신.증권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은 비공식적 채널을 총가동, 금융당국에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반면 증권.투신사들은 시장원리에 따른 자금이동일뿐이라는 논리로
방어전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양측의 신경전은 급기야 금융감독위원회가 증권사에 대해 수익증권
광고를 중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직전에 이르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위는 지난11일 대우 LG 현대 삼성등
4개 대형증권사 관계자들을 소집, 수익증권 광고를 전면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위의 모국장이 이 자리에서 시중자금이 일부
증권사에 집중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으니 해당 증권사들이 수익증권
판매광고를 그만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광고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린 적은
있지만 부당광고가 아닌 정상광고에 대해 금융당국이 게재금지를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증권.투신업계는 이번 금감위의 지시가 은행권 로비의 결과라는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7월6일 증권.투신업계가 금리자율규제를 시행한 이후엔
과장광고나 부당광고를 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자율합의안은 <>1개월미만 수익증권은 회사채수익률 수준 <>6개월미만
수익증권은 회사채수익률에 1%포인트를 더한 수준 이하 <>6개월이상
수익증권은 회사채수익률에 2%포인트를 더한 수준 이하에서만 광고를
할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특히 7월말 이후엔 수익증권의 목표수익률 자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은행들은 투신사로 돈이 몰려든 것은 "고객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금융당국이 시장안정차원에서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같은 자금흐름이 투신권의 경우 3개월미만의 단기자금운용이
가능한데 비해 은행은 사실상 1년이하짜리는 없고, 투신사가 구조조정의
"사각지대"내지 "안전지대"로 잘못 인식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은행퇴출과정에서 은행신탁상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투신권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단기자금이 너무 몰리면 나중에 유동성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투신업계 스스로를 위해서도 지나친 자금유입은 막아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금융권간 "전쟁"에 금융감독위원회는 누구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런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고객 모두가 이제 스스로 책임을 지는
시대라는 점을 깨닫고 균형감각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7월1일 이후 증권사와 투신사의 수익증권 판매고는 30조원
정도가 늘었으며 최근 들어선 하루 1조원정도가 늘어나는등 갈수록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1일현재 투신사들의 수익증권판매잔고는 모두 1백41조3천6백49조원에
달한다.

이중 공사채형 수익증권이 1백32조7천9백68억원 주식형 수익증권이
8조5천6백81억원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반면 은행 신탁계정은 급격한 감소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은행신탁은 지난 7월 6조1천5백29억원에 이어 이달들어 8일까지
1조2천7백24억원이 빠져나갔다.

< 허귀식 기자 window@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