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업무가 끝나고 어둠이 깔릴 무렵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전통가락이 시추선 모양의 석유개발공사 사옥을 감싼다.

천둥과 번개를 몰고 오는 꽹과리소리, 바람을 끌어들이는 징소리, 비를
부르는 장구소리, 그리고 구름을 띄우는 북소리...

흥겹다 못해 현란하기까지한 이 모든 소리의 발원지는 바로 석유개발공사
풍물패 "고래패".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란 한 마디에 매혹돼 전통가락을 배우고자하는
직원들이 지난해초 만든 모임이다.

풍물패의 이름은 우리 공사의 마스코트인 "돌고래"에서 따왔다.

국내 대륙붕에도 "고래1" "돌고래3" 등으로 이름붙일 정도로 고래와 우리
공사의 인연은 깊다.

우리 회원들은 연습시간이 되면 신바람에 어깨를 들썩인다.

제일 어른인 상쇠(꽹과리, 김광식) 부쇠(이주희) 장구(김회종) 북(김상희)
징(최성호) 등 모두 한가닥 하는 이들로 이뤄져 있다.

뒷수발을 자청한 필자는 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 모임은 일반 사원에서 박사(류상수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급과
업무를 하는 직원들로 구성돼 있는 게 특징.

그러나 연습에 들어가면 모든 직위차는 사라진다.

후배라도 실력이 뛰어나면 스승이 되거나, 형이 아우가 되어 배워야 한다.

고래패는 지난해 10월 창립 5개월만에 첫 번째 사내공연을 했다.

올해에는 제2회 정기공연은 물론 "전국 직장인사물놀이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직원가족의 회갑연 칠순잔치 등 경사에 불러 준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언제든 신명나게 한 판 벌일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이런 정력적인 활동 덕택인지 직원들중에는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싶으니
지도해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IMF 저리 비켜라"는 상쇠의 소리에 회원들은 오늘도 하나가 되고 있다.

양정일 < 한국석유개발공사 총무관리처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