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원)화 평가절하 문제가 세계 경제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평가절하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중국 정부(국무원)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아직은 평가절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연안지역 지방정부는 수출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조기 절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허베이(하북)성 베이다이허(북대하)에서 열리고 있는 지도자
회동에서 표면화돼 양측이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입장은 공산당기관지인 인민일보 10일자에서 거듭 확인됐다.

이 신문은 이날 1면 논평기사를 통해 "평가절하가 오히려 경제에 불안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위안화 방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평가절하가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중국의 수출은 50%이상이 가공무역 형태로 이뤄진다.

위안화가 절하되면 수입 원자재가격이 상승, 수출경쟁력 개선효과가
반감된다는 얘기다.

특히 위안화 절하는 곧 일본 엔화를 포함한 주변 수출경쟁국 화폐의
평가절하를 부추겨 "제로섬 게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또 평가절하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은 경제 안정기조를 헤칠수 있다는게
중국당국의 분석이다.

홍콩도 위안화 절하를 막는 요소다.

중국은 위안화 절하가 홍콩달러의 "페그제"를 무너뜨리고 중국과
홍콩경제의 동반 부실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장쩌민(강택민)국가주석이 9일 중국을 방문중인 고무라 마사히토 일본
외상에게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도 홍콩환시장의
안정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위안화 평가절하론"주창자들은 "평가절하 만이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방안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올상반기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7.6%로 지난해 20.9%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와 위안화의 고평가 때문이었다.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거의 50%에 달하는 수출이 줄어든다면 경기침체,
실업 양산으로 이어질수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평가절하론은 특히 양쯔강(양자)강 홍수로 세를 얻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전문가들은 "수출부진으로
인한 경제 악화, 이에따른 실직자가 양산된다면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암달러시장에서 위안화가치가 연일 폭락,환시장 왜곡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평가절하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상하이(상해)암시장의 위안화환율은 지난주 공정환율보다 약 14%나 높은
달러당 9.4위안에 거래되기도 했다.

상하이 환시장의 한 거래자는 "공식시세와 암시세가 더욱 괴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치 고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조기 절하론"의 압력을 얼마나 견딜수 있을지에 세계 경제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