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부족에 처한 한남투신에 대해 투신업계가 5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키
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한 것이어서 논란을 불
러일으키고 있다.

9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금감위는 지난주말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투신
제일투신등 4개 투신사 사장과 투신협회장을 소집,업계차원에서 한남투신
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투신사 사장단은 6개 기존투신사와 20개 신설 투신운용사가
참여한다는 전제아래 5천억원의 자금을 조성,연1~3%의 저금리로 지원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3개 투신은 거평그룹의 부도로 환매사태가 일어났던 지난 5월에도 2천4백
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투신업계는 금감위가 한남투신 지원을 강요하고 있는데 대해 크
게 반발하고 있다.

한 투신사 고위관계자는 "금감위가 각 투신사에 차입금축소등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실시하라고 주문하면서 한편으론 부실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라
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투신운용사가 한남투신 지원에 협력할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특히 금감위의 한남투신 지원방침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금융기관은
즉각 폐쇄한다는 당초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금감위는 한남투신에 대한 업계의 지원이 성사될 경우 정부재원으로 증자
를 실시한뒤 제3자에 매각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투신은 지난달말부터 개인자금을 중심으로 하루평균 1백억원이상이
지속적으로 환매되고 있다.

지난 5월초 4조3천억원에 달했던 수탁고는 현재 2조6천억원으로 그동안
1조7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남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 자금은 2천억원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한남투신은 최근 금감위에 제출한 자구노력방안에서 현재로선 독자
적인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제하고 회생방안으로 정부의 부실
채권인수,유동성지원,제3자 매각등을 제시했다.

장진모 기자 jang@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