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압박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7일 열린 정부와 재계의 2차 간담회에서 정부측은 10대산업의 중복과잉투자
현황과 향후 세계시장전망 등을 제시했다.

구조조정대상을 선정하는 기준도 내놨다.

구체적인 자료와 기준을 내보이며 압박강도와 속도를 높여 가고 있는 형국
이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대그룹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불신과 함께
김대중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달안에 구조조정방안을 만들기로 정부와 재계가 합의한 것은 이같은
정부의 의지를 재계가 총론적으로는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의 시각차가 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합의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달말 재계의 방안이 만들어진 뒤에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어느 업종을 중복과잉투자로 보나 =강봉균 경제수석이 지난 5일 10대
업종을 구조조정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중복과잉투자의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정부는 해명하고 있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도 "하나의 제안이며 재계에서 알아서 할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산업자원부는 업종별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준비,
업종별로 구체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측은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3각빅딜대상으로 거론됐던
업종과 항공기 정유등을 중복과잉투자가 심한 업종으로 지목해 왔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대그룹들이 선진국과 경쟁할수도 없으면서 항공기
제작분야에 과도하게 투자,손실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또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달 "정유업종의 빅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유업종은 강 수석이 밝힌 10대산업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과잉투자된 분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주력분야이면서 공급과잉과 단가하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반도체, 세계적으로 초대형 합병바람이 불고 있는 자동차, 공급과잉업종인
석유화학 등에 대해서도 빅딜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하고 있다.

<> 높아가는 압박강도 =정부는 지난 7월26일 5대그룹 총수들과의 1차
간담회에서 포문을 연뒤 지난 6일에는 10대산업을 구조조정대상으로 지목
했다.

또 7일에는 이규성 장관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요청, 전례없이 강한 톤으로
재계에 불만을 터뜨렸다.

정재계간담회가 열린 7일 금융감독위원회가 기업개선작업 추진방안을
발표한 것도 심상찮은 대목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위를 통해 압박강도를 점점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