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쏟아지는 인사청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조조정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과성 성격이 아닌데다 은행권 전체의
공통문제라는 게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매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벌어지던 연례 행사가 아니라는 것.

특히 자체경영계획,은행퇴출, 합병, 금융감독위원회의 추가적인 자구노력
요구 등으로 감원회오리가 몰아치자 청탁도 비례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청탁 많은 은행 =퇴출은행을 인수한 국민 주택 한미 신한 하나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이들 은행에는 9월29일이후 있을 퇴출은행 출신의 정식 채용을 앞두고
청탁이 그칠 날이 없다.

퇴출은행들이 대부분 지역색이 짙은 은행들이어서 지역실력자들의 부탁이
유난히 많다는 후문이다.

합병을 선언한 상업.한일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대대적인 감원이 예고된 가운데 일부 직원들이 구명활동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 보람의 일부 직원들도 합병후 감원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줄서기에
나서고 있다.

조흥 외환 평화 충북 강원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앞둔 조건부승인은행들도
예외는 아니다.

<> 누가 청탁하나 =청탁자는 정치인을 비롯 고위공무원 금융기관임원
고액예금주 등 다양한 편.

민주노총은 구체적으로 특정 여야 의원을 비롯 검찰 재정경제부 고위관료
등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들은 은행장이나 임원 인사부장에게 "선처를 바란다"는 투로 점잖게
아쉬운 소리를 늘어 놓지만 "들어주지 않으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노골적
으로 압력을 넣는 경우도 있다.

후발은행에선 간혹 대주주도 청탁자로 등장한다.

<> 대응책 =은행들은 청탁을 철저히 배격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한미은행의 경우 김진만행장이 "청탁엔 신경쓰지 말고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직원을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경우 거절하기 어려운 건도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청탁을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배경이 든든한 직원은 예금유치 등 여러 면에서 은행에
유익하다"며 "실력자 비위를 거슬려 좋을게 있느냐"고 말하기도.

금감위는 지난달 "금융기관에 대한 부당한 청탁.압력행사자 파악 보고"라는
공문을 각 은행에 보냈다.

임직원및 외부인의 청탁 압력행위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것.

또 금융기관내 전산망(전자우편)에 "투서방"을 설치하는 한편 사보 등
정기.부정기 간행물, 영업장내 각종 홍보물을 통해 신고및 조치요령을
알리도록 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청탁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신고"까지 해 상대를
곤혹스럽게 할 이유가 있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이다.

금감위 관계자도 "아직 한 건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