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내린 6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에 사는 김용태(36.
회사원)씨는 최악의 출근길을 경험했다.

집중호우로 출근길은 그야말로 지옥길이었다.

평소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한 출근시간이 무려 3시간30분이나 걸렸다.

김씨가 서초동 회사로 가기위해 차를 몰고 집을 나선 시간은 평소보다
30분 이른 아침 7시30분.

김씨는 라디오에서 동부간선도로의 통행금지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이 길을 포기하고 의정부에서 영동대교로 이어지는 동1로를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동부간선도로 진입로에서 차를 돌렸다.

이 순간 미도파상계점과 도봉면허시험장 앞길이 침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때가 7시 40분.

차는 꼼짝하지 않았다.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하던 의정부와 상계동출발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탓이었다.

여기에다 동1로 밑을 다니는 지하철 7호선마저 도봉역 일대의 침수로 불통돼
교통사정은 최악이었다.

8시께 미도파 사거리를 간신히 벗어난 차량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5km 전방에 위치한 공릉역 일대의 침수와 지반침하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중랑천이 태릉역 근처로 넘쳐 강남방향 3차선도로중 한개 차선으로만
차량통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인근 아파트 단지에 차를 세워둘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동1로외에 다른 출근길이 없다는 계산에 그냥 가기로 마음먹었다.

집을 나선지 벌써 1시간 30분이 흘러 9시가 됐다.

공릉동으로 연결되는 지하도에 들어선 김씨는 불안했다.

혹시 중랑천으로 흘러가지 못한 빗물이 지하도로 역류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김씨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의정부와 상계동 중계동 하계동 일대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1로가
이만한 비에 침수되고 지하철7호선이 하루가 멀다하고 불통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9시30분께 공릉동 침하지역에 이른 김씨는 푹꺼진 도로를 내다봤다.

한발만 올려놔도 무너져내릴 것같았다.

지난번 중랑천 공사잘못으로 물이 지하철로 넘쳤던 곳이었다.

3차선에 꽉찬 차량들이 운행가능한 한개 차선으로 먼저 진입하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1시간 30분이 더 지난 11시께 회사에 도착한 김씨는 "정말 서울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